터널 - 영선과 처남

14. 영선과 처남

by 왕십리

14. 영선과 처남



정현이가 사건에 정신을 빼앗기는 바람에 준호는 회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낮에는 회사 일에 몰두하고 퇴근 때에는 은비 집에 들러 늦게까지 정현이 곁을 지키다 귀가하였다.

이렇듯 긴박하고 경황이 없는 중에 처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매형! 바쁘시죠?”

“그래, 어쩐 일인가!”

“아, 별일은 아니고요, 바쁘신데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미안해요, 매형!” 그는 준호의 서두르는 목소리에 주춤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했다.

“아니,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하잖아.”

“저 오늘 영선 씨하고 지난번 만났던 그 음식점에 와 있는데요, 혹시 시간 나시면 뵙고 같이 식사하고 싶다고 해서요.”

“아, 처남도 여기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잖아. 지금 아무 정신이 없네, 오늘은 어려울 것 같으니 그냥 둘이 잘 즐기도록 해, 영선에게 안부나 전해줘, 미안하다고.”

전화를 끊은 후 준호은비 집 밖의 세상은 여전히 달라진 것 없이 평온하다는 것을 느꼈다.

‘참! 이 난리에 속도 편한 친구들이구나.’ 영선이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처남의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돌았다. ‘그간 영선에 대한 생각마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구나.’


‘아니! 저 사람은 집사람 아닌가?’ 준호는 지금 거래처를 방문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신호등 대기로 차가 서 있는 중이었다. 아내는 웬 남자와 길에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 중이었다.

‘참 별일이다. 아내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그리고 저 남자는 누구인가?’ 그는 등지고 서 있는 남자를 계속 주시했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택시를 잡으려고 돌아서는 순간 그가 처남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평일에 아무 연관이 없는 여기까지 와서 처남을 만날 일이 뭘까? 요즘 아내와 처남이 자주 만나는 것 같은데 처남 결혼 때문인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범인으로부터 영 연락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요일인 오늘 준호는 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모처럼 매형이 집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처남이 그를 보러 오겠다고 했다.

“무슨 일로?” 준호는 결혼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이율배반적인 생각일까, 참!’

“갑자기 오겠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는 확실히 몰라요, 그냥 본지 오래되어 인사하러 오겠다는 것이겠지요.”

‘잘 됐다.’ 무엇보다 두 사람 관계의 진행 상황과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어떤지 궁금했었다.

“참! 당신, 금요일에 약수동에는 왜 갔어?” 그는 불현듯 떠올리며 물었다.

“예? 약수동?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알아?” 아내의 눈빛이 흔들리며 당황하는 빛이 보인다. ‘뭘 숨기는 것이 있나?’

“차로 지나가다가 봤지, 처남하고 같이 있던데 무슨 일로 거기까지 갔었어?”

아내는 머뭇거리더니 이야기했다.

“아! 집 좀 보러 갔었어요?”

“집?”

준구가 신혼집을 같이 좀 보러 가자고 해서.”

“그럼 벌써? 둘이 결혼하기로 결정한 것인가?”

“아직 날은 잡을 것은 아니지만 서로 이야기는 된 것 같아.”

“그래서 괜찮은 집은 찾았나?”

“32평 아파트를 찾는데 너무 비싸서 망설이고 있어요. 전세로 산다고 해도 3억은 있어야 하니.”

“왜 둘이 살면서 그렇게 큰집이 필요하지?”

“모르겠어요, 자신이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지요.”

“처남이 그런 돈이 어디서 나서 알아서 하겠다는 거야?”

“그거야, 우리가 뭐 도와줄 것도 아니라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신혼집이라면 신부도 같이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자신이 미리 보고 괜찮으면 영선에게 보여주겠다고 하네요, 아마 결정하기 전에는 같이 가보겠지요. 당신도 둘이 알아서 하라고 아무 소리 하지 마세요.” 준호는 아내의 말이 도와줄 능력이 안 되면 참견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다.


“안녕하세요! 매형.” 현관에 들어서는 처남의 표정은 밝았다.

영선 씨도 같이 왔어요.” 뒤따라 들어서는 영선을 보고 부부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준호의 집 방문은 처음이고 뜻밖이었다.

“아니, 같이 올 것 같으면 이야기를 미리 했어야지, 집 정리도 안 되었는데 어떻게 하지!” 아내는 거실을 다급하게 정리하느라 바빴다.

“우선 이리 좀 앉아요. 잠깐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 준호도 너무 편한 자신의 옷차림 때문에 허둥댔다.

“사실 오늘 혼자 올 계획이었는데, 영선 씨가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오게 돼서요. 괜찮지요! 사모님!”

“그래! 잘 왔어요, 지난번에 호텔에서 선본 후 처음이네.” 아내도 무척 반가워했다.

“전무님도 뵌 지 오래되었어요, 그간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요.” 그녀의 모습에는 몇 달 전만 해도 한편에 남아있던 어두운 빛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많이 힘드시는 것 같아요.” 아내가 차 대접을 준비하러 부엌에 있는 동안 영선의 눈길은 계속 준호에게 가 있었다. 그녀의 눈길이 부딪칠 때마다 그는 시선 처리에 급급했다.

“그래! 알다시피 요즘이 나는 제일 힘든 시기인데 영선 씨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네, 얼굴이 확 피었어, 우리 처남이 너무 잘해주는 모양이군.”

“그럼요, 매형! 내가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모르시죠?”

“그래! 결혼은 언제 한다고?”

“예? 금 년 안에 결정하고 내년 봄에나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

“예? 결혼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 처남의 말과는 달리 영선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듯했다.

“뭐? 나는 이야기 듣기에 늦어도 금 년 안에는 결혼할 줄 알았는데.” 그는 아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매형! 우리 결혼 약속은 이미 되었고 시기만 아직 결정 안 됐을 뿐이에요. 맞잖아요! 영선 씨!”

그녀는 동조를 구하는 처남의 말에 대답 대신 얼굴을 붉히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참! 아직 그 사건은 해결이 안 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사장님 댁은 어떻게 해요.” 영선이 화제를 바꿨다.

“그래, 보통 일이 아니야, 범인이 아이의 사진을 보내온 것으로 봐서 아직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천만다행이지만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회사 사장님도 혼 좀 한번 나 봐야 해요, 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처남의 격양된 목소리에 분위기가 찬물을 끼 얻듯 조용해졌다.

“어머! 말이 너무 지나쳤어요.” 사장에 관한 이야기를 잘 못 꺼냈다 싶은 영선은 당황했다.

“무슨 소리야! 아무 죄 없는 아이의 목숨이 달린 일에 그게 무슨 말인가!” 준호도 나무라는 듯 말조심하라고 주의시켰지만, 처남이 그렇게 정현이에게 악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그래도 매형이 다니는 회사 사장인데 네가 매형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미안해요. 매형 제가 좀 흥분했어요.”

“이를 어쩌나, 이렇게 영선 씨가 올 줄 모르고 음식을 준비 못 했는데 우리 중화요리를 시키도록 해요.” 아내가 서둘러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으나 식사시간 동안에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이제, 그만 가요.” 식사를 마친 영선은 마치 자신이 죄인인 양 서둘러 처남을 일으켜 세웠다.

영선 씨 미안해! 조금 전 언짢은 표정을 지어서 분위기만 망쳤네.” 민망한 준호영선에게 웃어 보였다.

“매형! 죄송해요, 아무 뜻 없이 드린 말인데 큰 실례를 했습니다, 너무 괘념치 마세요.”

“그래! 처남도 이제 곧 결혼도 하는데 젊은 혈기는 조심해야 해야 해, 오늘 영선 씨하고 이렇게 방문해 줘 정말 고맙고 사건이 끝나면 그때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해요.”

두 사람을 주차장까지 배웅하러 내간 준호는 불현듯 느끼는 것이 있었다. 집에 들어올 때 보지 못한 처남의 모자를 쓴 모습에서 그날 역삼동 CCTV 영상 속의 범인이 떠올랐다. 그는 망설이다 차에 오르는 처남을 불러 세워 물었다.

“지난 18일 혹시 역삼동 근처에 간 적 없지?”

“역삼동요? 최근에 역삼동에는 간 적이 없는데, 왜 그러세요?”

“아니! 그날 그곳을 지나다 처남하고 비슷한 사람을 봤는데.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어서 출발해.”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그는 자신을 책망했다.

주차장 입구를 빠져나가는 차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창문 밖으로 영선의 하얀 손이 나와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는 차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가슴에 구멍이 난 듯 허전한 마음을 달래느라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25

“형님! 아직 별다른 소식 없습니까?” 준호를 찾아간 구현이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휴~ 그러게, 답답해!”

“그래 경찰들은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시간이 길어지면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데, 자신이 없다면 사건을 공개해서라도 해결을 해야지 단서가 없다고 저러고 가만히 있으면 범인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나요.”

“경찰들이 그렇게 무능한지 몰랐어, 그렇다고 우리도 별 방법이 없고, 그러나 그들도 지금 목숨 걸고 뛰고 있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보세.” 준호가 흥분하는 그를 달랬다.

“우리 형님은 사람이 너무 순해 빠져서, 경찰청장이 아니라 대통령한테라도 호소하여 압박을 가해야지! 그래야 경찰들이 대대적으로 움직일 것 아닙니까.” 구현이가 진실로 애간장을 태우는 모습을 보고 역시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런 위기상황에서 그간 귀찮게만 굴었던 동생의 등장은 정현이에게도 큰 위로가 되고 있었다.

“그런데요, 형님! 이거 딱 보면 범인은 가까이에서 우리 가족관계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그와 관련된 사람 아니겠어요? 그렇다고 치면 김 기사하고 가정부 아줌마 그리고 금 년 초에 퇴사한 비서실 이 영선, 양종철 기사 분명히 이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준호는 그가 뒤늦게 나타나서 모두 다 아는 사실을 왜 새삼스럽게 이야기하나 싶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조사받았지. 자네도 형사들 만나지 않았어? 그런데 아직은 혐의가 나오는 것이 없다는 것 아닌가.”

“내 생각에는 경찰이 이 사람들을 집중으로 조사한다면 틀림없이 뭐가 나와도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제가 경찰들이 하는 것을 보니 하도 답답하고 급해서 요 며칠 동안 이 사람들 뒤를 나름 조사해 봤지요.”

“뭐라고? 지난번에 다녀간 뒤 한동안 안 보인다 했는데, 혼자서 은비를 찾으러 다녔단 말인가?” 준호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주위도 둘러보고 중요한 정보도 얻었습니다.”

“뭘 둘러보고 무슨 정보를 얻었다고 그러나?”

“먼저 도우미 아줌마에 관하여 이틀 동안을 여기저기 알아보았습니다, 조선족이라고 해서 조선족 단체를 찾아가 알아본 결과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되었고, 어린 아들과 둘이서 살고 있는데 단체 사람들과도 접촉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현재는 교회를 다닌다고 하여 교회도 들어가서 물어보았는데 그 여자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직은 특별한 사항은 없지만 좀 더 지켜볼 예정입니다.” 구현이는 각자의 이름과 주소, 날짜와 시간별 행적이 적힌 수첩을 펴 들고 수사보고라도 하듯이 설명해 나갔다.

“김 기사는 내가 좀 아는데, 만나는 친구들이 많아 그들과의 관계를 일일이 알아내기가 어렵겠더라고요, 그중 근래에 자주 만나는 친구가 있다고 하여 지난 휴일 두 사람이 만나는 현장을 지켜보았는데, 커피집에서 오랫동안 머리를 맛 대고 이야기한 후 같이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거든요, 할 수 없이 그 사람 집 앞에서 늦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저녁에서야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회사에서 김 기사를 만나 어제는 뭘 하고 지냈는지 슬쩍 물어보았는데 그냥 집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 휴일에 그것도 자주 친구를 만나 놀거나 술 마시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사람에게 밝히기를 꺼리는 일이 도대체 뭘까’ 의심스럽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만나는 그 친구 집을 알아내 그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요.”

“양 기사에 관한 것도 알아봤나?”

“물론이죠, 양 기사는 사는 곳을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당시에 그 사람이 잘 다니던 술집이 있어 행여나 하여 물어보았는데 내 생각이 적중했어요, 그 집에 양 기사가 좋아하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지금 그 여자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천에 있다는 그 집을 찾아가서 온종일 지켜보았는데 양 기사는 직장에 다니는지 퇴근하는 것 같았고 여자는 그 시간에 외출하는 것이 출근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집에서 아이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고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다음에는 출근 시간에 맞춰 온종일 따라다녀볼 생각입니다. 이 일을 하려면 차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형님이 회사 차 한 대 제게 배차해 주셨으면 합니다.”

“참, 이 사람 고생이 많았네그려, 자네 형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 직업을 잘못 골랐네, 또 뭐가 더 있나?” 구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게 생각보다 꼼꼼하게 알아보고 다닌 것에 놀랐다.

“그리고 이 영선 대리 있죠? 지금 대방동 어떤 회사에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 여자가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행동이 아무래도 수상해요. 내가 3일 동안 그 친구 동향을 살피고 조사를 했는데 아주 중요한 정보를 얻었어요. 그 친구는 대림동 D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지난 2일 그러니까 은비 실종일 이틀이 지난 후 그곳에 사는 주민 중 한 사람이 놀이터에서 은비를 봤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준호는 깜짝 놀랐다, 영선 씨가 만나는 사람이라면 처남인데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 싶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사람이 은비를 어떻게 알고 은비를 보았다는 것인가.”

“내가 은비 사진을 갖고 다니면서 일일이 보여주며 물어봤어요. 몇 번을 목격했는데 잘 차려입은 젊은 여자와 함께 있었다고 했어요, 현재 매일 그곳을 뒤지고 있는데 아직은 단서를 잡지 못했어요. 하지만 목격자의 말이 신빙성이 높아 그 아이를 꼭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준호구현이의 말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처남 아파트 단지에서 은비를 보았다니.

“자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 괜히 생사람 잡는 것 아닌가? 영선이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지 않아?”

“그 여자가 우리 형님과 관계로 안 좋은 감정을 품을 수 있고 또한 그 여자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남자 친구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분히 범행 동기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정보라는 것이 100% 맞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아니 그러면 그 사실을 빨리 경찰에 알려 수사하도록 해야지 자네가 그걸 쥐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렇지 않아도 형님하고 상의한 뒤 경찰에 넘길까 했습니다.”


준호구현이가 돌아간 뒤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의 천방지축 성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괜히 영선이와 처남이 곤욕을 치를 것을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제지하고 싶었으나 말릴 명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처남에게 사실을 알려줘야 하나 망설였다. ‘왜 하필 처남 사는 곳에서 그런 말이 나왔나,’ 그럴 가능성이란 상상할 수도 없는데 걱정할 게 뭐 있겠나 싶었지만, 문뜩 역삼동 CCTV 영상 속 범인의 모습을 떠오르자 머리에 찬바람이 돌았다.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영선이와 정현과의 관계에 대하여 처남의 감정은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번 식사시간에 분노하던 처남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신혼집 장만할 돈이 없어 고심하더니 지금 혼자 힘으로 당장 집을 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무슨 상황인가. 처남에 대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의 모든 상황이 그를 불안하게 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