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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ug 01. 2022

사과는 가장 달콤한 복수

사과의 말

 "사과는 가장 달콤한 복수" - 아이작 프리드먼


사과의 말은 정리하기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거부하는 이들, 사과하지 않아도 되지만 분위기와 상황에 몰려 사과하는 이들, 남의 사과는 종용하고, 본인은 사과하지 않는 이들까지.

다양한 상황의 사과가 있고,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사과의 말은 다르게 해석되거나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법칙을 만들기도 어렵고, 일률적으로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도 요원하다. 다만 관계의 발전을 위해 사과의 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이다. 사과는 기본적으로 본인에 대한 부정, 자기 확신에 대한 부인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사과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이고, 민망한 일이다. 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단순히 깨닫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만천하에 고백한다는 건 매우 괴로운 일이니까. 그런데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사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또 관계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놀라운 힘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사과의 말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꼭 사과하지 않아도 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사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마치 악당에게 굴복하는 영화 주인공과 같은 모습이랄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그런 일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논란이 될만한 이슈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논란을 만들면 그것이 또 논란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도 일순간의 오해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를 하게 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 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도 필요한 시대이다. 물론 이런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긴 하다.   


 그렇다면 제대로 사과의 말을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자신의 잘못에 대한 고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으로 상처받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자기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사과의 기본이고, 필수 요소이다. 물론 지난 일본 정부 중 다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던 정부도 있었지만 그때뿐, 또 다른 세력이 집권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엉뚱한 말들을 뱉어낸다. 말이 바뀌는 모습들을 보면서 진정성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 먼저 고백하는 것이 사과의 시작이다. 연인 사이의 다툼에서도 항상 등장하는 질문은 바로 "그래서 뭘 잘못했는데?"이다. 상대가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알고자 하는 건 이쯤 되면 본능이라고 봐야 할까?

 사과의 말 두 번째, 보상에 대한 부분이다. 금전적인 보상이 될 수도 있고, 마음을 다친 상대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의 감정적 보상도 포함될 수 있다. 내가 친구의 노트북을 빌려가서 지하철에 놓고 내렸다고 생각해보자. 유실물센터에 연락도 해보고 백방으로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을 때 친구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결국 친구에게 보상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새 노트북을 사줄 것인지, 비슷한 성능의 중고 노트북이라도 구해줄 지에 대한 보상계획을 말해줘야 한다. 그래야 친구가 그 사과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과를 할 때에는 보상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과의 말 세 번째,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 결국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유를 찾은 것이니 똑같은 이유의 실수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 부분에 대한 약속의 과정이 필요하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남편이 부인에게 사과할 때 이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이나 다짐조차 없다면 남편의 사과를 기분 좋게 받아들일 부인은 없을 것이다.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과 노력은 어그러진 관계를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관계를 끌고 가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재차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한다. 사과는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사과했잖아." 이 말처럼 피해자를 화나게 하는 표현도 없다. 사과의 말을 했으니 끝난 것 아닌가하는 것은 인간이 결국 감정의 동물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해도 불현듯 다시 화가 샘솟는다. 사과를 해야 하는 사람은 이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상대가 충분하다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 사과하라.

 사과의 말은 돌아선 상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한 번 만나고 말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상대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일수록 사과의 말은 충분하게, 절차에 따라 전해져야 한다. 내 아내와 남편, 아이, 선생님, 친구들, 소중한 사람에게 사과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말자.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사과하는 것을 꺼리지 말자. 결국 사과는 가장 달콤한 복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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