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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ug 29. 2022

24 HOURS OPEN

메시지의 이면

 내가 사는 제주에는 브랜드 커피숍이 많지 않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할 정도다.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는 저녁 6시 반이면 문을 닫는다. 처음에는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서 저녁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제주에 살면서 그 속사정을 알게 되었다. 제주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서 도심을 제외하면 늦은 시간까지 일할 사람을 찾는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동네 가게들마다 일찍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지만 가끔은 저녁 시간에 커피숍을 이용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얼마 전 강의가 있어 서울에 갔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밀린 업무도 처리할 겸 여의도에서 가끔 이용하던 카페에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업무를 보다가 창밖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유리창에 눈에 띄는 문구가 보였다. 24 HOURS OPEN! 그랬다. 24시간 운영하는 커피숍이었다. 갑자기 그 문구가 너무나 생경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커피숍이 24시간 운영될 수 있지? 벌써 제주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24시간 카페의 운영이 가능한 건 누군가 밤 시간에 카페에서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스친다. 결국 누군가의 희생으로 소비자는 24시간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리라. 저녁이 있는 삶, 나의 저녁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저녁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저녁시간에 안락한 커피숍을 찾아 소중한 사람과 대화하고 차를 마시는 걸 즐긴다. 하지만 그 안락함은 분명 누군가 불편함을 감내한 대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일하는 사람도 그 시간에 일하고 싶어서 혹은 필요에 의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그럴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남들은 일하지 않는 밤 시간에 일하는 것이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이슈를 필자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을 때 실제로 커피숍에서 일하는 몇몇 분들이 댓글을 달았다. 결론은 본인들은 힘들고 불행하다는 내용이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뿐더러 가족과 함께 할 수 없고, 남들이 행복한 저녁을 보내는 걸 지켜보며 힘들게 일하면 상대적으로 본인들의 삶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유리창에 붙은 24시간 운영이라는 메시지의 이면에는 이런 고충과 어려움들도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메시지의 표면적 내용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슈들에 대해 항상 관찰하고 고민해야 한다. 기업들이 내놓는 화려한 수식어가 달린 서비스들이 사실은 우리와 비슷한 노동자들의 희생의 대가일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보수를 받았다고 희생이 없는 것은 아니리라. 남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충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결국 나와 가족과 친구들이 하게 될 일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우리 모두의 관심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말들, 주변 사람들이 던지는 메시지, 사소하게 길거리 간판에 붙어 있는 작은 메시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해보자.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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