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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pr 14. 2022

날 따라 해 봐요! 이렇게...

미러링의 대가 유재석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리촐라티는 원숭이를 관찰 실험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원숭이가 행동하는 모습을 본 주변의 다른 원숭이들도 자신이 움직이는 것처럼  뇌에서 반응하는 뉴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거울 뉴런(Mirror Neuron)의 발견이었다. 거울 뉴런의 발견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공감과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 즉 간접 경험에 대한 반응은 인간의 학습시간을 단축시키고 상대방의 행동, 그중에서도 상대의 의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향상해준다. 이런 거울 뉴런의 역할 때문에 아기는 부모의 웃는 얼굴을 보고 따라 웃는다. 아기가 어설프게 발음하는 '므~'라는 옹알이에 엄마는 '그렇지!! 엄마!'라며 아기를 격려하고 아기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라는 단어를 정확히 뱉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무한 반복의 학습과정을 거쳐 아이는 말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호감 가는 이성이 턱을 괴면 나도 모르게 턱을 괸다. 어색한 소개팅 자리, 맘에 드는 상대가 물을 마시면 나도 모르게 물을 따라 마신다. 이러한 모든 것이 거울 뉴런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스피치에 있어서도 이런 거울 뉴런의 매커니즘은 동일하게 작동한다. 미러링 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따라 하기(Verbal Mirroring)의 위력은 조 내버로라는 전직 FBI 수사관의 책 '우리는 어떻게 설득당하는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범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범인에게 수사관이 자백하라고 종용하지만 범인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온갖 질문에도 꿈쩍 않던 그의 마음은 움직였고 결국 공범이 누구인지 자백하게 된다. 왜 그랬을까? 그건 바로 수사관이 사용한 미러링 기법 덕분이었다. 신문 과정에서 범인이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들을 수사관이  똑같이 따라한 것이다. 이런 수사관의 모습을 본 범인의 거울 뉴런이 반응하면서 범인은 마음을 열게 되고 수사관에게 친밀감을 느껴 결국 공범의 정체를 실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식사를 한다는 말보다 맘마를 먹는다는 표현이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지는 원리라고 설명하면 맞지 싶다. 사람은 경제력, 학력, 성장 배경에 따라 언어 표현의 수준이 달라진다. 어린아이에게는 그에 맞는 낮은 수준의 어휘로, 대학에서 벌어지는 토론에선 높은 수준의 어휘로 토론하는 것이 상대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된다. 심도 있는 토론장에서 '맘마' 수준의 어휘력으론 상대방 설득은 커녕 모자란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미러링 기법을 가장 잘하는 한 사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좋아하는 사람, 바로 유재석 씨이다. 필자유재석 씨와 했던 방송 경험을 굳이 나열하지 않고도 여러분이 최근에 보셨을 만한 프로그램을 통해 유재석 씨의 능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 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출연했다. 진행자들이 장난스럽게 이른바 '급똥'을 참는 비법을 묻자 의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출처> 유튜브 채널 '디글'         


 급똥이 밀려올 때 다리를 꼬고 몸을 뒤로 젖혀 화장실 문을 노크하라는 의사의 다소 어이없는 해결책에 유재석 씨는 이렇게 반응했다.

 상대방의 엉뚱한 해결책에 핀잔을 주는 듯 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면서 대화의 국면을 웃음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따라한 것만으로도 출연자는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진행자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특히나 방송 경험이 없는 일반 출연자에게 이런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는 것은 탁월한 능력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 그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눈여겨 살펴보시기 바란다. '아니, 정말 ~~ 했다고요?', '진짜 ~이렇게 말했다고요?'라는 식으로 출연자의 말을 따라 하는 미러링 기법을 자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미러링 기법의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내 말을 듣는 사람이 나에게 집중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그것이 능력 있는 스피치를 만드는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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