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제서야 나아지겠지.
이전에 나를 오랜 시간 갉아먹으면서 동시에 성장시키기도 했던 불안을,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다스릴 수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전문가에게 직접 상담을 받기로 했다.
이전의 글에서 언급했던 나의 불안에 대한 증상은 '일반적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불안'의 정도였다. 일반인들보다 불안에 대한 수치가 조금 높기는 하지만, 위험의 정도는 아니였기에 다음 진료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였다.
이번 내원에서는 뜻밖에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분명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을 하면서 장애의 원인을 추적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지금까지의 히스토리를 살펴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만약 근본적인 원인을 통제할 수 없다면 덧대어 문제를 타개하는 방식. 그래서 나는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에 걸친 나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오래 전에 바쁘게 돌아가는 머리를 잠재우기 위하여 약을 처방받았던 경험도 함께 이야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진단명은 뜻밖에도 조울증이었다.
나는 종종 도파민이 솟구쳐 잠도 잊은 채 무언가를 끝없이 해내며, ‘못할 게 뭐 있겠어? 하다 보면 다 할 수 있지.’라는 자신감으로 살았다.
그러나 큰 벽에 부딪히거나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찾아오는 크나큰 우울감은 단순히 실패 경험이라고만 여겼다. 나는 그것을 번아웃쯤으로 생각했고, 다른 사람보다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늘 경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상담에서, 내 기분의 양극차가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도 나는 감정을 안고 버티는 힘이 부족했고,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가? 내가 유난히 예민한 걸까?’라는 의문을 품어왔다.
누구나 늘 행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감정선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나에게는 오히려 이번 진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조금 아팠던 거구나. 이제 치료받으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앞으로는 불시에 찾아오는 근자감과 과신도, 무기력과 우울함도 제 자리를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