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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람 Jun 01. 2023

1. 'I'형 가족, 미국살이를 시작하다

-찐 내향형 가족이 낯선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I'형 가족


최근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검사에 따르면,

나는 완벽한 'I'형.. 내향형에 속한다.


새로운 경험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낯선 환경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한 곳을 좋아하며,

사람들과의 만남도 몇몇과 가까운 관계를 선호하는,

내향형 중에도 찐 내향형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나와 꼭 닮은 유형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3년 터울로 두 아들을 낳았다.


성격도 부모를 닮는 건지,

두 아들 역시  놀이터 보다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몸으로 뛰어놀기보다는 앉아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조립하는 걸 즐겨하고,

첫째는 엄마 껌딱지, 둘째는 형아 바라기로 불릴 만큼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이다.

그야말로, 부모부터 아이들까지 모두가 찐 I형 가족인 셈이다.


어느날 훅 들어온 남편의 제안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미국 1년 살이'를 제안했다.

남편의 직장에서 주어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생겼고,

주변에 미국살이를 해본 분들의 조언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남편의 제안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굳이'라는 물음표였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당시 미국 환율이 미친 듯이 오르던 시기였다),

다니던 직장까지 쉬어가며

(출산과 육아로 오랜 시간 경단녀였던 내가 다시 방송일을 시작한 지 겨우 3년 차 되던 해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굳이 왜 미국이어야 하는지 처음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학교 졸업 후에 영어라고는 써본 적도 없는 우리가,

해외여행이라곤 몇 번의 답사와 신혼여행이 고작인 우리가,

며칠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 생활을 한다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막막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모한 도전을 싫어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I형 인간인 나에게 미국살이는,

나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반하는 선택지에 불과했다.


미국, 안 가면 안 돼요?


아이들의 반응 역시, 부정적이었다.

비행기라면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본 게 고작이었던 아이들에게 해외라니,

그것도 1년 동안 거기서 생활을 해야 한다니.

무엇보다 애정하던 집이라는 공간을 떠나 낯선 타지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구나, 첫째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시기부터 무려 3년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아이들에겐 '집'이 세상의 전부였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심정으로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집이 곧 놀이터고, 학원이고, 식당이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I형 아이들은 그렇게 점점 더 내향형 인간, 코로나에 최적화된 아이들로 자라고 있었다.


엄마가 먼저 용기를 내볼게


하지만, 이런 아이들의 상황과 반응이 오히려 내 마음을 움직였다.

아이들을 언제까지 이렇게 내향형 인간으로 키울 수 없다는 생각

코로나 이후 점점 더 안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줘야겠다는 생각,

집이 아니라 우리 주위엔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이 펼쳐져있다는 걸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낯선 나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주었다.


'굳이 미국을 왜?' 라는 물음표가,

'까짓 거 한번 부딪혀보지 뭐!'라는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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