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
해외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이 전부입니다만...
미국에서 1년 살이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부럽다'... '좋겠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낯선 나라에서 1년을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
나 역시, 그 여행의 주인공이 내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요즘에야 배낭여행이다, 어학연수다. 휴가다 해서 해외로 떠나는 분들이 정말 많다.
부끄럽게도 나는 마흔이 넘도록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변명을 하자면, 시골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해외는커녕 큰 도시로 나가본 경험도 없었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비로소 처음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는 틈틈이 아르바이트하랴 취업 준비 하랴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고,
대학을 졸업하고는 방송작가 일을 시작하면서는 며칠 휴가를 내기도 힘들 정도로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그제야 처음 해외로,
그것도 가까운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게 내 해외여행의 전부였다.
불안을 이기는 방법은 '꿈'을 갖는 것!
해외여행이라면 신혼여행이 전부인 내가,
영어라고는 학창 시절에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대학교 때 토익 공부가 고작인 내가,
미국에서 과연 1년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렘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에 밤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어느 날부턴가 남편이
미국 생활과 미국 여행 관련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광활한 대자연 속의 미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물론, 유튜브나 SNS에 올라오는 모습이 현실의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 영상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고 어렵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고 나면
새로운 경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불안이 발목을 잡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꿈'을 갖는 게 아닐까.
뭔가를 간절히 원하거나,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누구든,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닥쳐도 그걸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을 힘이 생기니까.
'꿈'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 역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경험해 왔다.
시골에 작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꿨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내가 방송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내 안의 한계를 넘어, 차근차근 작은 꿈들을 현실로 만들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남편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미국에서 보고 싶은 것,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꿈'이 생기면서
눈으로 본 화면들이 머릿속 그림이 되고, 그렇게 조금씩 미국 생활에 대한 기대감도 생겨났다.
혼자가 아닌, 엄마니까
그렇다 해도, 혼자였다면 미국 1년 살이는 내 성격에 아마 엄두도 못 냈을 거다.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I' 형 인간인 내가
여러 가지 위험과 어려움을 감수하고 미국행을 선뜻 결심하기란 쉽지 않았을 테니까.
이런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준 건,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었다.
미국에 간다고 하면, 대부분 아이들 영어교육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미국행은 결단코, 영어가 목적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특별히 좋아한다면 모를까, 어릴 때부터 억지로 영어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영어라면 학교와 유치원에서 배운 게 알파벳과 간단한 인사말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 살이를 결심한 건,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첫째에게 자동차 천국 미국에서 자동차들을 실컷 보여주고,
히어로 캐릭터를 좋아하는 둘째에게 할리우드를 직접 느끼게 해 주고,
집이 전부인 줄 아는 집돌이 아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넓고 재밌는 곳인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작고 소중한 '꿈'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미국 모험의 여정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