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백 | 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당신 떠나기로 했다며? 신문 보고 알았어.”
“신문을 보지 않더라도 벌써 다 알고 계셨잖습니까. 경(창호) 이사한테 보고받았을 텐데요.”
“…음, 떠나기로 했으면 누구누구 데려갈 텐가?”
“제가 데려가면 안 되는 사람은 누굽니까?”
“아무도 없어. 괜찮아. 데려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아무나 다 데려가. 아무나 다 데려가도 돼. 그 대신 오늘 선수들 앞에서 당신이 떠난다는 얘기를 하겠나?”
1988년 8월 27일. 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그리스에서 채화한 성화가 제주에 도착하던 날이었다. 그날 아침 OB 김성근 감독은 부산 플라자호텔 커피숍에서 박용민 단장과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침통함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OB를 떠난다. 프로야구 원년(82년)부터 투수코치로 2년, 감독으로 5년 간 OB에 몸담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26일 “시즌을 마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나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보겠다”라고 밝혔다. <중략> 박용민 단장은 “당분간 한국에서는 나오기 힘든 ‘한 팀 10년 감독’을 우리는 만들려고 했으나 구단 방침과 김성근 감독이 부합되지 않아 결별하게 된 것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1988년 8월 27일자 스포츠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