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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an 09. 2024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연애프로그램

그래도 끝까지 봤던 이유. 

나는 원래 연애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막상 짤이 돌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이상하게 그 프로그램을 결국은 '호기심'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막상 봐도 별 내용은 없지만, 그럼에도 도파민과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을 폭발시키기에는 연애 프로그램만큼 좋은 것이 없는 듯하다. 


오늘은 드디어 오늘 11화까지 완결한 프로그램 솔로지옥 3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원래는 이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이 없었지만, 방송을 보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했던 프로그램이라서 이렇게 마지막화를 시청하자마자 타이핑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모든 시청자가 분노했던 캐릭터가 있었는데 바로 '이관희'라는 출연자이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mc들이 분노했던 포인트는 크게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1. 첫 화부터 연애 프로그램답게 다양한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 


- 여기에서 이미 mc들은 이 사람에 대해 슬슬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시청자인 나의 생각도 같았다. 우리는 진중하고,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바랐지만 연애 프로그램은 역시 달랐다. 진중하고, 해바라기가 뭐야? 다 만나보고 다 즐겨볼래!라는 생각이 솔지 3의 출연자들 대부분의 마인드였다. 하지만, mc들도 분노했던(과장되게 표현하자면..이다.) 어쨌든, 이관희 출연자는 다른 출연자들보다 그 흔들림의 빈도나 모든 사람과 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한 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매번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의 이상형과 제일 가까운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2. 자기 마음보다 상대의 태도와 행동으로 자꾸 점수를 매기는 사람이었다. 


- 다른 출연진들에 비해 이관희라는 출연자의 두드러지는 부분은 상대의 행동과 말 하나에 따라 마음이 좋음에서 싫음으로 휙휙 바뀐다는 것이었다. mc들이 1화부터 11화까지 매번 한 이야기가 본인 마음은 하나도 없고, 상대방 마음이 어떤지에만 초점을 맞춘 사람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도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답답했다. 이 출연진은 정말 11화까지 내내 상대방에 "만약에 OO이라면 OO 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아?"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진다. 근데, 이미 그가 듣고 싶은 답은 정해져 있다. 만약, 상대가 그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면 마이너스고, 자신의 마음에 꼭 맞는 걸 상대가 알고 해 준다? 그러면 플러스의 형태를 계속 반복했다. 


3. 이제 이 사람과 확정되나 싶으면 또 저 사람에게 흔들리고. 


mc들이나 시청자들이 가장 답답했던 부분일 것이다. 첫 화부터 이어진 여자 출연자와 처음부터 뭔가 캐미가 잘 맞는 듯했다. 그래서, 이 사람과 쭉 가나보다. 했는데, 그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든 여자 출연자들과 한 번씩 다 대화를 나눠보았다. 처음으로 이어진 출연자 이후 다음날 두 번째로 이어진 출연자가 있었는데, 금세 또 그 출연자에게 마음이 빼앗기는 듯하더니, 또다시 한 번도 대화해보지 못한 관심이 가는 다른 여자 출연자에게 호기심을 드러내는 그였다. 그리고, 그가 가장 초반에 크게 실수했던 건 여자 출연자들에게 "호감 가는 애? 얘. 얘. 쟤."라는 발언으로 모두를 경악에 금치 못하게 했다. 


뭐 지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저렇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행동하는 사람의 모습을 처음 보는 터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얘. 얘. 쟤는 좀 무례한 지칭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마지막 회까지 본 나는 그를 이해한다. 어쩌면, 그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고. 




결국 그가 최종 선택한 여자 출연자는 누구? 


그에게는 세명의 선택지가 있었다. 


1. 처음부터 대화가 잘 통했던 여성 

2. 묘한 캐미를 자아내는 여성 

3. 자신의 모든 말에 100점짜리 답을 하는 여성 


이렇게 3명의 여성이 있었다. 모두 제각각 너무 매력적인 여성이었고, 어쩌면 그의 고민이 이해가 된다. (사실... 그의 매력이 도대체 뭐길래 3명의 여성이 이렇게까지 그를 좋아한 건지 출연자로서 잘 모르겠다. 방송에 덜 나온 게 있었나?... 아무튼.) 


그는 2번 여성은 빠르게 접었다. 그녀와 한번 큰 충돌이 있은 후 그의 마음은 완전히 닫힌 듯했다. 그러나, 1번과 3번 여성은 끝까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여성들이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누구를 선택했는지 밝히진 않겠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옳았다. 그가 그만큼 고민하고, 갈등했던 만큼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그였어도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두 명의 여성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과 갈등을 겪었을 거였다. 왜냐? 1번 여성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자꾸 쓰이고, 마음이 닮아간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고. 3번 여성은 매 순간 그를 재밌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이성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으리라. 


왜 3번과 같은 여성을 좋아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물론, 나는 곰과라서 안다고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이긴 하지만, 여자가 봐도 연애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다 본 느낌? 


가슴이 끌리는 이성과 머리가 끌리는 이성이 다를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상위 포식자의 외모를 가졌다고 해도, 그건 결국 어느 부분의 조건일 뿐 결국은 나와 캐미가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둘 다 놓칠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이기에.  그리고, 또 한 번 느꼈다. 연애 웬만하면 안 하고 사는 것이 속 편하겠다는 생각. 


솔직히 보면서 내 속은 대환장 파티였지만, 그래도 끝에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며 생각했다. 나한테도 저들이 가진 모자란 부분과 절대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모두가 그러할 거라는 것을. 그래서, 어쩌면 재밌게 보고 이렇게 긴 글을 쓴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 세세하게 하나하나 풀이하고, 분석하는 책 하나 쓰라고 하면 나는 쓸 자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그러나, 제일 재밌는 부분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 재밌으니까. 여기까지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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