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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Jun 24. 2023

무엇이 우리를 쉬지 못하게 하는가?

창작이 고통인 이유. 

가끔 대작을 만들어낸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을 때가 있다. 

대중들은 크게 성공한 작품을 보면 대게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와! 작품이 크게 성공하셨으니, 엄청 행복하겠다.''돈도 많이 벌겠지?'라는 식으로. 


하지만, 일반 대중의 예상과는 달리, 하나의 작품을 끝낸 감독님들은 하나같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대중 앞에 선보이기까지, 1년에서 많게는 몇 년이 걸리는 시간 동안, 창작자는 오롯이 창작 행위에만 전념한다. 창작 행위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창작은 큰 고통이 따른다. 


나 역시, 글을 쓰기 이전에는 매일 '소비자'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매일 '창작자'의 삶으로 바뀌었다. 

'창작은 고통이다.' 나는 매일 글을 쓰면서, 원래도 약한 체력이 더 고갈되는 느낌을 받는다. 

'뭐 대단한 글을 쓴다고, 엄살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 하던 일을 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행위는 비교적 에너지가 덜 든다. 하지만, 오로지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다듬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쉽게 글을 쓰는 듯 하지만, 글을 쓰고 나면, 짧게라도 잠을 자줘야 한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팽팽 돌아가는 머리는 쉽게 꺼지지 않는 엔진과도 같은 상태라서, 글을 쓰고 나서도 하루종일 머리가 글-글-글-글-글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이건 꽤나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몸은 쉬고 있는데, 정신은 쉬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느낌이랄까?... 


언제부터인지, 밤에 잠들지 못했다. 그날 써야 할 내 목표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누가 압박을 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늦은 시간 글을 쓰고 나면, 잠은 아예 싹 달아나버린다. 그렇게, 한참 동안 어두운 방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날이 밝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때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곤 한다. 그렇게 잠에 들어서도 겨우 다섯 시간 남짓 잠을 잔다. 

의도한 것이 아니다. 그냥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다섯 시간쯤 자면, 눈이 뜨인다. 당연히, 컨디션은 좋지 않다. 그렇게 일어나서, 일상생활을 하고, 눈 뜨자마자 오늘은 또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절반 정도 보내고, 밥도 느직이 배가 정말 고플 때, 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한 끼를 챙겨 먹는 식이다. 


그러니, 회사를 다닐 때보다 몸이 더 상하는 기분은 말할 것도 없다. 밥을 먹어도, 맛있기보다, 자주 체하곤 한다. 이 와중에 매일 기분 전환을 하겠다고 1만 보~ 2만 보도 습관적으로 채우고 있다... 나는 뭐 하나에 꽂히면, '악착같이'는 아닌데, '그냥 의무적으로 끝장을 보려고 하는 편이다.' 나와의 약속일뿐인데,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냥 해야겠다고 정했으면, 해야 하는 편이고, 하지 못하면, 그것 때문에 마음이 계속 힘들어서, 결국은 아파도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위의 사진도, 어제저녁 비가 엄청 오는 날이었는데, 그제 목표치에 미흡하게 걸었던 터라 안 되겠다. 싶어서, 밤 11시쯤 무장을 하고 나섰다. 다행히, 밖을 나섰을 때는 비가 그치고, 쌀쌀한 바람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겁도 없지... 혼자서 강변을 걷겠다고, 비 오는 늦은 밤에 나서다니.. 


근데, 이것 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답답함 +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옷을 두 겹으로 껴입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강변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아마도, 휴일이라서 늦은 시간까지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강변에 도착하니, 푸르스름하게 밝은 하늘이 눈길을 끌었다. 어두컴컴한 밤이라 한 치 앞이 안 보여야 하는데, 비가 많이 왔던 탓인지,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이른 새벽길을 걷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운동할 때, 쌀쌀한 바람을 좋아한다. 쌀쌀한 바람이 폐 깊숙이 들어가면, 그제야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운지도 모르고, 쌀쌀한 바람을 폐 깊숙이 집어넣으며, 2시간을 걸었다. 이 날은 천천히 걷기도, 빠르게 걷기도 했는데, 중간중간 유속이 빨라진 강이 흐르는 소리를 한참 동안 듣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했다. 평소라면, 돌다리를 건널 수 있었지만, 비가 많이 왔던 터라 돌다리가 물에 잠겼고, 안전망이 쳐져 있는 모습도 보았다. 거세게 흐르는 물을 보면서, 왜 그렇게 속이 시원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걸은 후에야 집에 들어왔다. 너무 피곤했지만, 바로 잠들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고, 해야 할 일을 채운 후에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이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동안 깨어있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이러한 행동이 나에게 강행군이었을까? 오늘 내내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괜찮아졌던 '두통-목-어깨-등허리'의 통증과 함께 체기까지 있었다. 이쯤 되면, 집에서 가만히 누워서 쉴 법도 한데, 어슬렁 거리며, 지저분한 집을 치우고, 샤워를 하고, 또다시 밖으로 나섰다. 하루종일 통증과 시달리며, 하루를 보냈다. 결국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집으로 복귀하여, 오자마자 지쳐 잠들어버렸다. 


나는 한 번씩 찾아오는 통증이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통증의 강도가 세고, 많이 아플 때에는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내가 읽고 있는 책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정신은 몸을 지배할 수 있다.'라고, 

나는 이 글을 읽으며, 회의감을 가졌다. '몸의 기반이 바쳐주지 않으면, 정신이 아무리 강해도 안될 텐데?'라고 말이다. 나는 몸과 정신은 50 : 50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무엇을 지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주 아픈 탓에 건강에 민감한 편이라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몸의 통증이 찾아오면, 정말 무기력해지고, 예민해지고, 우울해진다. 그건 누구라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아프고 나면, 평범했던 일상이 소중해진다. 나는 그러한 경험을 과거 몇 번의 입원을 경험으로 느낀 적이 있다. '평범하게 걷고, 웃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한 거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자신을 소모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그 소모 활동을 통해서 생명 활동을 하는 동시에, 무로 다가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스스로 '무(無)'가 되는 시기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매일을 무가치하게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계속 '소모' 행위를 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존재가 인간이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든다. 

이와 더불어, 앞서 이야기했던 대작을 만들어 낸 창작자들 역시, '대상'을 수상할 때, 항상 큰 병을 앓거나,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가 소모하는 삶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은 좋은 일이나, '100% 모방을 하거나, 훔친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만큼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방은 좋은 것이라고 하지만, 모방을 할 때엔 '출처'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들은 '위대'한 사람이 아닐까? 


나 역시, 매일 '좋은 창작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프기도 하고, 힘든 날들도 있지만, 나만의 것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만큼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기에, 언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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