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_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할 수 없다.
“향후 5년 안에 총 500만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전망한 4차 산업혁명의 이면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현실기술 등이 적용된 첨단제품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기계에게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은 이 미래기술을 소비할 소득도 함께 빼앗긴다.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제시된 수단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시작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경제, 복지, 노동영역을 아우르는 정책이다. 경기도의 전 도민 재난기본소득은 뚜렷한 경제적 효과를 나타냈다. 경기연구원의 분석결과, 소득 지급 이후 6주 동안 재난기본소득 가맹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9.7% 증가했다. 반면 비가맹점 매출은 11.5% 감소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과 1회성 지급이라는 차이점이 있어 이 수치를 보편적 기본소득의 효과로 직접 연결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소득이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증명한 셈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캐나다에서 진행한 실험결과, 주민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졌고 대인관계도 좋아졌다. 핀란드, 미국, 인도, 나미비아, 알래스카 등에서도 모두 비슷한 실험결과를 보였다. 적은 금액이라도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은 달라질 수 있다. 더 많은 연봉, 더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기보다는 자신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생계의 압박에서 벗어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 중 하나인 착취형 노동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 그동안 실직 후 불안정한 미래가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참던 노동자에게 투쟁할 수 있는 뒷배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오랜 기간에 거쳐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만들어왔다. 기본소득이 가장 많이 받는 공격인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국토보유세, 환경세(탄소세), 로봇세, 데이터세 등의 증세가 논의된다. 현재 복지제도는 ‘내는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였기 때문에 증세에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이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다. 기본소득 선두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청사진은 상위 10%에게는 무겁고, 나머지 90%에게는 가벼운 세금이다. 대다수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에 웃돈까지 얹어 돌려받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것이다. 또한 증세부담이 더 무거운 재벌과 기업의 반발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시장경제에서 많은 이익을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기본소득이 도입되어 현 경제체제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마크 저커버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잭 도시 등 많은 기업 CEO들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주창하는 이유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또 다른 반대 의견은 ‘비노동소득이 근로의욕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핀란드의 실험결과를 그 근거로 든다. 당시 핀란드는 취업률을 높이려고 기본소득을 지급했다가 큰 변화가 없어 실험을 중단했다. 즉,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결과이다. 게다가 미국의 실험에서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의 취업률은 받지 못한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참여자들은 기본소득을 받아 구직에 전념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긴 덕이라고 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우리는 비노동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이 편견만 넘어서면 우리는 '세상이 정해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무한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기본소득을 거부하기 전에 여태 드러난 선별복지의 한계부터 돌아봐야한다. 2019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세상을 등진 ‘성북동 네 모녀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한다. 직접 겪어보면서 필요한 것은 보완하고 장점은 발전시켜 한국판 기본소득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