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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럭 Dec 01. 2021

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논술_도착점이 같다고 모든 과정이 다 공정한 것은 아니다. 

“과거 귀족사회와 현대 능력주의 사회 중 어디가 더 공정한가?” 마이클 샌델은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대다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두 사회의 가장 큰 차이는 성공을 대하는 기득권층의 태도이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부를 행운으로 여기는 반면, 능력주의 사회의 승자들은 그들의 성공을 자신이 잘해서 얻은 결과로 정당화한다. 물론 두 사회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다. 하지만 불평등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킨 과거 평민들과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계급 상승을 위한 개개인의 ‘노오력’만 치열하다. 현대 사회의 평민들은 실패의 원인을 사회구조가 아닌 스스로에서 찾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능력주의는 엘리트주의의 벽을 공고히 유지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제는 능력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타파해야 한다.      


능력주의는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든다. 금수저, 흙수저, 낙하산, 이백충, 부모 찬스 등 이미 계급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많다. 우리나라 능력주의는 학벌주의와 자본주의에 특화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인정하는 성공은 오직 좋은 대학을 나와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재능이나 행복도와 상관없이 게으르고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한다. 능력주의가 심화될수록 직업의 귀천, 약자와 가난에 대한 혐오, 상류사회를 향한 동경 역시 당연시될 것이다.     


능력주의는 공정하지 않다. 성공은 오로지 능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개인의 성공에는 두 가지 커다란 ‘운’이 작용한다. 우선 자신의 재능을 찾아 향상할 수 있는 가정환경을 만나야 한다. 같은 곳을 향해 걷는다고 해도 누군가는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미리 마련된 길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수풀을 헤치며 홀로 나아가야 한다. 목표 달성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과 힘 역시 천차만별이다. 또한 자신의 재능에 많은 보상을 해주는 사회와 시대를 만나는 것도 큰 운이다. 국내 스포츠 선수 연봉 상위 10명 중 9명은 야구와 축구 선수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노력이 부족해서 적은 연봉을 받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저 야구와 축구를 우대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물론 능력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가능한 능력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능력주의가 합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능력 뒤에 있는 운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능력주의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 뿌리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제도 수정 수준이 아닌 과거 혁명 수준의 대변화가 있어야 한다. 최근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위해 수능의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공정이다. 수능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모든 학생들에게 있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삶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흔히 SKY라 불리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 10명 중 7명이 소득분위 9-10에 속한다. 마이클 샌델은 이에 대해 하버드 추첨제를 제안한다. 대학 서열 자체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한국 사회에 맞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학벌과 직업의 귀천을 무너뜨리는 것이 능력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지름길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존재’의 평등이다. 모든 사람은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오늘날 능력주의는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주원인이 되었다. 물론 과거에는 능력주의가 노동과 노력의 동기가 되어 사회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발목을 잡는 과거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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