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통보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1지망회사의 모집공고가 올라오면서 자소서를 뜯어고치고 이력서를 재정비해서 제출하기 바빴다. 그리고 면접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제목대로 불합격이었다. 심지어 서류 탈락이었다. 쓰면서도 부끄러운 결과이다. 이전까지는 서류 합격률이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서류를 내자마자 면접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솔직히 모집공고를 보고 자격요건이나 우대사항에 해당되는 부분이 많아 내심 여기가 내 자리라는 오만한 생각을 품기도 했다. 그 회사에 다니는 선배에게 자소서를 검토받을 때 이 정도면 서류는 충분하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그동안의 경험으로 서류는 당연히 붙을 거라고 여긴 탓일까. 생각보다 후유증이 꽤 크다. 심지어 합불연락도 없는 잠수통보였다. 이상하게도 제일 간절한 1지망 회사에서는 항상 잠수통보를 당해온 것 같다. 처음 일주일은 오겠지 오겠지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불합격이라는 생각이 커졌고, 결국 아 또구나..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주가 넘어가던 주말,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 회사에 다니는 대학원 선배한테 온 카톡을 발견했다. 미리 보기에는 울고 있는 이모티콘만 떠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회사에서 정보를 접한 선배가 불합격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연락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과 막막함이 몰려왔는지 숨이 턱 하고 막힐 지경이었다. 나름 그동안 마음을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올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리라는 절망감과 앞으로도 이럴 거라는 무력감, 현실에 대한 자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누른 카톡창에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격려가 담겨있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만 겨우 남긴 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시간은 더 흘러 결국 스스로 불합격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지도 않을 면접 준비만 붙들고 있을 순 없었다. 다른 자격증 준비를 하든, 학교과제에 집중을 하든 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원래라면 회사가 직접 통보를 해서 끊어내줘야 하지만 그런 예의가 없는 회사라면 직접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취준생에게 불합격은 익숙한 일이다. 그 결과들의 결과물이 지금의 내 모습이기 때문에. 하지만 익숙해지진 않는다. 불합격이 뜰 때마다 그동안의 노력과 내 존재자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마치 너는 이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듯하다.
과제는 기한 내에 내버리면 끝이지만, 지원은 제출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AI면접을 보고, 인성검사를 하고, 면접을 몇 번이나 보는 긴 여정을 한 단계씩 밟아나가며 매 단계를 통과하길 바라고 또 바라며 나아간다. 그러다 삐끗하면 그 단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저 남들처럼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그런 평범한 삶에 포함되고 싶을 뿐인데,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 베란다에서 멍하니 밖을 내다보면 출퇴근시간에 도로를 가득 채운 차들과 역을 바삐 드나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그저 저기에 끼고 싶을 뿐인데 새삼 서러워진다. 그렇다고 마냥 놀면서 지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억울하기도 하다.
취준생에게 연말은 더 힘든 시기이다. 눈치가 보여 반짝반짝한 분위기를 즐기지도 못하고, 또 쓸모없는 일 년만 추가되는 기분이다. 같은 스펙이어도 나이가 많을수록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한 해가 지나면 스펙은 다운그레이드된다. 올해도 안 됐는데 내년에는 될까 하는 의문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시기이다. 이제 교육대학원 마지막학기도 30여 일 정도가 남았다. 그 기간이 지나면 진짜 무소속 잉여 백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점점 자신이 없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