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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기억강박증

스트레스

by 반야

나에게 요새 들어 생긴 강박증세가 있다. 전에부터 자주, 가스불이 잠겼는지 확인하는 습관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어떤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그 단어를 기억해 내야만 마음이 편했다. 그 단어를 기억해 내려 무진장 애쓴다. 다른 사고로 넘어가는데 어려움을 갖는다.


기억해 내지 않으면 강한 불안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사고를 보일 때는 스트레스 상황이 있었다. 물론 그 스트레스가 돈, 질병, 대인관계 악화 등의 눈에 가시화된 문제가 아니다.


어떤 새로운 도전이, 나에게는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오늘 교육받으러 간다. 거기에 가려면 옷도 제대로 입어야지, 소지품도 잘 챙겨야지, 가는데, 차는 어떻게 타야 하지 등으로 나름 준비해야 한다. 이 상황과 강박적 사고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오늘 회계 관련 교육이 있다.

그 교육에는 전에 직장에 다녔던 함께 했던 직원들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더욱 옷에 신경을 써야 했다.


내 무의식에는 무능해서 그 직장에서 잘렸다는 생각으로 혹여 그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혹은 얕잡아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다.

나는 매일 책을 읽고 있다. 참 좋다. 정신이 맑아지고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아 삶의 활력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나의 또 다른 이면에는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들에게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여야 해”라는 사고가 깔려있다.


교육 전에 갖는 강박적 사고 즉 단어를 기억해 내어야만 안도를 느끼는 난, 거기에서 내 유능함을 찾고자 한 것 같다.


오늘 교육장에서 여러 사람은 만난다. 특히 전에 다녔던 직장의 직원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다. 전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인데,,,.. 그뿐이다. 오히려 못 본 척 지나칠 수 있다.


나의 비합리적 사고가 즉 나의 강박적 행동을 유발한 듯하다.


나의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토닥이며 그대로 비난하지 않고 수용한다.

“유능하지 않아도 좋아”, “난 이대로 괜찮아”라며 당당하게 교육에 참여하련다.

단어를 기억해 내려는 강박 사고에 자각은 나의 비합리적 사고를 알아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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