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8

점쟁이 남편

by 계영배





점쟁이 남편





"자기야 나 대학원 갈 거야."




"야! 다 늙어서 무슨 대학원이냐?

남편 내조나 잘하고 애나 잘 키워!"




"야! 나도 내 인생이 있어!"




"그 인생 좀 일찍 찾지

왜 다 늙어서 이 야단이야?"




"어쨌든 난 갈 거야 대학원."




"대학원 나와서 뭐 할 건데"




"나? 큐레이터!"




"학비는 있냐?"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하려면 진작에 하지

좌우지간 일 만드는 거는

동급최강이야!"




"네가 대학원 가봐라

교수가 너랑 동갑일걸?"




"그리고 갤러리는 또 어떻고

사장이 너보다 더 어릴 수도 있는데

널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쓰겠냐?"




대학원에 갔더니 동갑은 물론이고

더 어린 교수들도 수두룩 뻑뻑이다.




그래도 뱉은 말이 있던 지라

밤을 꼴딱꼴딱 새워가며

올 A를 받은 나는

논문지도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저 페이는 안 주셔도 되고요

일을 배우고 싶으니

교수님 계시는 갤러리에서

일할 기회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이쪽 업계는 다 있는 집 애들이라

페이 안 줘도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젊은 애들이 많네요

그냥 개인 사업을 해보시는 게 어때요?"





유명 맛집에서 어렵게 공수해 간

디저트 박스가 뻘쭘하다





내가 개인사업은 할 거였으면

너한테 안 묻고 그냥 했겠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도 참 너무하다





교수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굴곡이 많은 인생

점집 좀 다녔다면 다녀봤는데





이렇게 잘 맞추는데

기분이 이렇게 더럽긴 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