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남편
"자기야 나 대학원 갈 거야."
"야! 다 늙어서 무슨 대학원이냐?
남편 내조나 잘하고 애나 잘 키워!"
"야! 나도 내 인생이 있어!"
"그 인생 좀 일찍 찾지
왜 다 늙어서 이 야단이야?"
"어쨌든 난 갈 거야 대학원."
"대학원 나와서 뭐 할 건데"
"나? 큐레이터!"
"학비는 있냐?"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하려면 진작에 하지
좌우지간 일 만드는 거는
동급최강이야!"
"네가 대학원 가봐라
교수가 너랑 동갑일걸?"
"그리고 갤러리는 또 어떻고
사장이 너보다 더 어릴 수도 있는데
널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쓰겠냐?"
대학원에 갔더니 동갑은 물론이고
더 어린 교수들도 수두룩 뻑뻑이다.
그래도 뱉은 말이 있던 지라
밤을 꼴딱꼴딱 새워가며
올 A를 받은 나는
논문지도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저 페이는 안 주셔도 되고요
일을 배우고 싶으니
교수님 계시는 갤러리에서
일할 기회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이쪽 업계는 다 있는 집 애들이라
페이 안 줘도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젊은 애들이 많네요
그냥 개인 사업을 해보시는 게 어때요?"
유명 맛집에서 어렵게 공수해 간
디저트 박스가 뻘쭘하다
내가 개인사업은 할 거였으면
너한테 안 묻고 그냥 했겠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너도 참 너무하다
교수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굴곡이 많은 인생
점집 좀 다녔다면 다녀봤는데
이렇게 잘 맞추는데
기분이 이렇게 더럽긴 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