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08

그날을 기억한다

by 계영배

Tim Eitel(German, b. 1971)

"Architectural Studies", (2017)

Oil on canvas, 70x70cm



그날을 기억한다






뭐에 홀린 듯

작가 신청을 했었다





그전엔 있는 줄도 모르던

플랫폼이었는데





그냥 무엇에 홀린 듯

알게 되자마자 나는 작가 신청을 했고





지금도 수락메일을 받던 그때가

어제처럼 생생하다





글쓰기는 신기했다





분명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별의별 얘기를 다 써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글을 못써서 환장한 사람모냥





무슨 글만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마냥





그렇게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한참 쏟아내고는

난 또 한참을 멍하곤 했는데





그때의 감정은 시원함과

또 한편으론 후회스러운 마음





언제나





그 둘 사이 어딘가쯤을

한참을 맴돌다 사라지곤 했다





그 묘한 기분에

중독이라도 되었던 걸까?





저 혼자 울고 웃으며

써 내려간 내 글을 나는 읽고 또 읽





이것이 말로만 듣던 치유의 글쓰기였던가





그간 그 무엇으로도

위로받기 힘들던 내 마음은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아무는 듯





그렇게 글쓰기와의 밀월은

꽤 한참을 갔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한 번은 위기를 겪는 법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닌 사람들 눈이 중요해진 그 시점





그 순간부터였을까





오히려 "좋아요" 따윈

찾아보기 힘들던 시기엔 없던

조급함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글쓰기를 통해 얻던 순수한 기쁨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좋아요 수에 집착하던 나는

내가 노력하는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결국

브런치를 떠나게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잊고 지내다





돌아온 탕자모냥 다시 찾은 이곳





글쓰기 맘고생의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어서였을까





다시

마른 낙엽처럼

너무도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는





그저

재미있었다





어차피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그저 내가 좋으려고 쓰는 글





이젠 나만 잼나면 그만이었다





나는 부족함 투성이었고 숨기지 않았고

그럼에도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감사했고





그럼 됐지 않은가





세상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고





다시 나는 글쓰기로 무지 행복한 중





2025년도에도 나는

무지 가볍고 재밌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짧고 예술은 무지 길다




Midnight In Paris - Opening Scene (HD) Woody Allen, Sidney Bech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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