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13
저 혼자 죽고 나머지 가족들이 살아남은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by
계영배
Jan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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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Mortimer(England, b.1989)
"The Tiled Room" , (2017)
Oil on Canvas,
153 X 122 cm
"
저 혼자 죽고
나머지 가족들이 살아남은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
습
니다."
내가 잘못 읽었나
스치는 기사의
한 부분이 내 눈길을 잡는다
가족이 죽은 게 더 낫다고?
대체
뭔 소린가
기사는
과거 오늘자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시
소
환하는 코너로
2015년 1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IT회사 임원으로 근무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던 가장이
갑작스러운 실직을 숨기고
고시원으로 출퇴근하다
대출로 시작한 주식 투자
실패 후
부인과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쳤던 사건이었는데
경찰 조사에서
혼자 남은 가장은 말했다
"저 혼자 죽고
나머지 가족들이 살아남은 것보다
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찰은 당연히
생활고
가
범행동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가 작성한 유서는
조금은 다른 말을 한다
"잘 나가던
시절은 다 가고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마이너스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다.
조금 더 있으면
정말 추한 꼴을 보일 것 같고
혼자 가면 남은 처자식이 불쌍할 것 같아
같이 가려고 한다’
검찰이 제시한
진술보고서에서도
"아파트가 있어서 살 수는 있겠지만,
손 벌리고 아쉬운 제가 쪽팔려서”
라고 진술하며
실제로도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투자금을
다 날린 것도 아니며
심지어
부인의 억대 예금도 있는 등
여전히
중산층 이상의 부를
지녔
음
에도 불구
이 가족의 가장은 끝내
삶을 끝내고자 했던 것
이런 그의 범죄동기를
"
자존심
"
때문이라고 평가한 한 전문가는
강 씨의 살해 동기
를
어린 시절
혈
연관계인
"
원가족 경험
"에서 비롯된다고
말
한다.
“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만
인정받고,
만일 인정받지 못한 경험이 많다면
남들이 보면 꽤 인정받을 만한
성취를 이뤄도
자신의 내면에는 늘 부족한 자화상을
가지고 살게 된다”
따
라서 이러한 사람들은
“아내에게, 자녀에게,
주위 가족 모두에게
더 이상 그럴듯한 존재로
지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클 때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자신 존재의 불안을 종결하려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라고
지적하며
“강 씨가
위기 시 정작 가족들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기게 된 것도
이러한 원가족 경험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라고
분석했
는
데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해
그는
현재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은 말했다
"60 이 넘었을 때
내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한테 사랑받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우린 이렇게
그 좋다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또 다수에게 사랑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내게 의미 있는 그 누군가"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면
그 인생은 종종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십 대에 가장이 되어
자수성가한 아빠는
고생이 문신 같던 인생이라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다
외교관이 된 남동생에게도
"그 돈을
들여 유학을 보내놨으면
당연한 거 아니냐"
며
시큰둥했었던 탓일까
대학 졸업장 말고는
가진 게 없던 큰 딸은
항상 뭘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뭘 잘못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결코 잘한 인생 같진 않았던 삶은 항상
멈춰야 하는 지점을 못 찾은
동영상 편집자처럼
수십 년째
내 인생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기의 반복이었다
"공부는 그만했으면 됐어
다들 그렇게 살지 않니
남편 내조나 잘하고 애 잘 키우면 되지
너는 왜 자꾸 뭘 하려고 하니?"
친정 엄마는 말했다
"그러게요..."
먼저 떠난 여동생자리도
왠지 내가 메꿔야 할 것 같고
맨주먹으로 저리 일어난
아빠에 비하면
오십 년째 자라는 중인 여식은
매일매일이 그저
직무유기의 연속
같기만 한데
오래간만에 동반 나들이
평생을 빨대 꽂던 딸내미가
사준 좋은 신발 아낀다고
감춰뒀다 들킨 아버지 모습에
나는 그만 왈칵 눈에 습기가 차고
매일 제자리걸음
인
여식은
이제 좀 뭐라도 해보고 싶은데
그게 참 자주 쉽지 않다
Frank Sinatra - My Way (Live At Madison Square Garden, New York City / 1974 / 2019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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