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14

폴란드에선 자판기에서 하루키를 판다

by 계영배

Specchio magico

“magic mirror”





폴란드에선

자판기에서 하루키를 판다








하루키 무라카미의 13번째 소설

"색채가 없는 다사키츠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

(色彩を持たない 多崎つくると、彼の巡の年)

가 폴란드에서 출간되었을 때,





폴란드 독자들은 반드시 서점에 가서

책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대신 폴란드의 세 도시엔

일본식 자판기가 설치되었는데





철도역 디자이너에 대한

성장 스토리를 담은 만큼





세 군데 역사에서 볼 수 있었던

이 자판기는





책출간을 위한

홍보 캠페인에 불과했지만,





공공장소에 이 자판기가 있다는 것은

좀 다른 의미였다





폴란드 주류 문화에서

루키의 위치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었 이 이벤트는





폴란드인들의 하루키 사랑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는데





이러한 문화는

보스턴대학에서 일본문학을 가르치는

여교수





"나 지엘린스카-엘리엇

Anna Zielińska-Elliott"의 공이 컸





"1987년 도쿄 유학시절

무라카미의 단편 소설

"지하의 그녀의 작은 개"를 접하기 전까진

번역가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그녀는 말했다





"아주 명확하게 일본을 배경으로 했지만,

눈에 띄는 일본 표식은 없었습니다.

일본 이름도 없고,

일본 음식도 없었죠.


그러나


정말 보편적인 무언가가 있었고,

번역을 해보

어떤 느낌일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용기를 내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 A Wild Sheep Chase"

폴란드어로 번역했

여러 출판사를 두드렸다





그러나





당시 폴란드에서 무명이던

무라카미 책은

반기는 이가 없었고





한 군데서 관심을 표명했지만

저작권료를 감당할 수 없었는데




결국 책을 사고 싶어 하지만





살 돈이 없는

폴란드 지식인의 상황에 대해

하루키에게 편지를 써 보냈던 그녀





하루키의 아내로부터





아주 작은 저작권료

허락하는 전화를 받았고





자비로 첫 출판을 한 이후

30여 년간 하루키 책을 번역하며

영원한 팬인중이다





.........





하루키 팬이

폴란드에만 있을까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난 아마 노벨상에 빛나는

한강의 작품보다는

하루키를 택할지도 모르겠다





서양인이 좋아하는 아시아 작가

1위로도 선정된 바 있는

하루키를 만나러





난 학창 시절에도 해본 적 없는

30대, 인생 첫 번째 가출에





아들과 도쿄행 새벽 비행기를 탔다





코찔찔이 아들을 끌고

종일 돌아다녀 겨우 찾았던

하루키가 자주 가던 재즈빠는





심히 보잘것없어

순간 헛웃음이 났었는데





안면에 들어가기 싫음이 만연했던

초등학생아들 손을 이끌고 내려갔던

지하 어둔 바에서





정신 나간

철없는 엄마는

어리둥절한 애를 앉혀놓고

속으로 한참을 울었댔다





갑자기 떠난 동생이 슬펐고





유학을 말하자 이혼을 말하는

시어머니가 야속했으며





무엇보다 내편이 아닌

남편이 슬펐는데





모두들





"너보다 더 힘들고

슬픈 사람들도 많다"며

이젠 정신줄 잡을 시간임을

알리는 통에





하나도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했어야 했던 나는





오히려

바다 건너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문법에

정신줄을 잡았었다





세상 시시콜콜한





뭔 애플을 좋아한다거나

버섯 우동을 만들 때

에릭클랩튼의 노래를 듣는다거나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도넛을 가끔 먹는다는 둥





"지극히 사소한 것들에 말 붙이기"나

"무거운 상황을 가볍게 보아 넘기기",

또, "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기" 등을 말하는





하루키식 세계관은

,





머나먼 서양나라에 가야만

대단한 것을 배울 것이란 생각은

자칫 문화 사대주의 일 수 있으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

지금 살아있다고 죽은 자를

과히 측은해하는 것은 오만





또 무엇보다





동생이 없는 새로운 상황 보는

시선이 바뀌게 했고





이 빠른 납득에는

하루키의 박식함을 바탕으로 한

해탈의 시각이 큰 도움을 었었는데





숲전체를 알고 나면

나무 한그루에 일희일비하기보단





가지에 난 새순 하나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실제로 철학, 문학, 음악, 요리, 역사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하루키는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듣지 않으며





그저 독서와

각종 예술활동에의 심취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인관계도 제한하며

작품 준비기간만 몇 년씩 걸린다는

하루키는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특별해지고 싶어서 예술을 택합니다.


하지만 예술을 하는 최고의 사람들은,

결국에


자신 역시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어쩌면





결국

사소함의 아름다움을

알아내는 지난한 과정은

건너뛴 채





하루키 문체나 흉내 내며

그 같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쉽게 꾼 건 아닐까





뭐든

겉모습만 따라한 것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법





"나도 하드보일드 입네..." 하며

멋 내기에만 급급했던 내가





조금은

부끄러워지는 아침이다




Lake Louise -Yuhki Kuram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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