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특수교사 수필집 (방학 중 가야금 연수)

by 특수교사 호짠

재작년 여름 방학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크게 방학에 대한 의미를 두지 않고 살고 있었다.

여러 이유로 방학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삶을 살기도 하였고, 크게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방학에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며칠 늦잠 자고는 이내 학교에서 나가서 일을 하거나,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패턴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 나는 오만하게도 여름 방학 중 실시하는 장기간 집합 연수를 신청하고야 만다.

음악에 관심이 있던 나는 차로 편도 1시간, 왕복으로 2시간 이상 걸리는 도시로 방문하여 수업을 들어야 하는 가야금 연수를 신청하였다.


사실 가야금 연수에 신청했지만 나는 선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나의 열정은 멈추었어야만 했지만, 쓸데없이 열정만 가득했던 나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라도 빈자리가 생긴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자기 홍보를 하고야 만다.


그리고 하늘은 나의 열정에 감동하였는지 극적으로 결원이 생기고 나는 가야금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야금 연수의 내용은 너무나 좋았다. 강사님도 좋았고, 가야금을 빌려주셔서 체험하며 국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만 가야금 연주는 바닥에 앉아서 허리를 바르게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


평소 좋지 않던 나의 허리는 부실 건설한 건물처럼 파르르 떨려왔고, 하루 이틀 지나갈수록 연수를 듣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아닌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찬 상황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은 나의 허리 마디마디를 파고들어 찌르고 흔드는 음파 공격으로 느껴졌다.


본가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선물드렸던 좌식 의자를 몰래 훔쳐와 사용해 봤지만 이미 기울어 버린 건물인 나의 뼈대를 지탱하기에는 한 없이 부족했다.


내가 추가로 뽑아달라고 담당자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당당하게 연수를 포기하고 나왔겠지만,

내 입으로 말하고 추가로 들어온 연수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신력으로 버틴 약 1~2주의 연수를 마무리한 후, 나에게 남은 것은 가야금 연주가 성장한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공허한 눈동자와 음악과 가야금에 대한 잃어버린 흥미뿐이었다.


가야금... 어쩌면 우리가 다른 시간에.. 다른 공간.. 어쩌면 의자에서 만났다면 우리의 결과는 달라졌을까??..


이후 머지않아 2학기가 개학하였고, 나의 컨디션은 남은 학기 내내 박살 난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의 집합 연수 후 조금씩 깨닫고 있다.

방학의 소중함과 허리의 소중함, 그리고 나의 나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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