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특수교사 수필집(작고 소듕한 초등학교)

by 특수교사 호짠

나의 작교 소듕했던, 첫 학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의 첫 학교는 논 한가운데 있는 시골의 초등학교였다.

요즘은 없지만 학생이 적어서 '합반'이라는 개념이 있는 시기였고(예로 학생 수가 적어 1학년과 3학년이 함께 같은 담임교사에게 같은 공간에서 수업 듣는 시스템), 교감 없이 교장, 유치원과 특수교사를 포함하여 총 교사 7명인 굉장히 작고 조용한 학교였다.


결국 교장, 유치원, 특수를 빼면 4명의 초등 교사가 근무했던 것인데, 심지어 이 중 1명의 교무부장 말고는 나머지는 나를 포함 1~2년 차 귀요미 병아리 교사들이 모여있는 짹짹이 학교였다.


밖에서 본다면 작은 학교, 순박한 아이들, 젊은 선생님의 조화가 뭔가 미디어에서 보았을 법한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끔찍한 업무 지옥에 빠진 썩어가는 교사들이 있었을 뿐이다.


모든 집단이 그렇겠지만 학교 역시 규모가 크든 작든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의 총량은 비슷하다. 다만 학교가 크면 그 단위, 즉 숫자가 커지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신규로 채워진 이 학교에서는 항상 곡 소리가 들렸다. 그 비유가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울면서 공문을 썼다.


나 역시 첫 근무이고 특수이지만 학교의 실정에 맞게 여러 잡무를 받아 일하고, 가끔 힘써야 하는 일이 있다면 젊은 남자로서 출동하여 힘을 보태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끔찍한 업무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아이들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돌아다니는 뱀을 잡고 뱅뱅 돌리며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었고, 합반으로 수업이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마음 착한 아이들이 가득한 학교였다.


재미있는 추억도 많은데, 학생들과 학교에서 1박 2일 캠핑을 하고 불침번으로 오두막에서 밤을 지새운 일, 전교생이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한 일, 눈이 많이 내린 날 스쿨버스가 갓길 또랑에 빠져 학부모 콤바인의 도움으로 버스를 꺼냈던 일, 교직원 회식으로 추어탕을 시켰는데 통 추어탕이 나와서 나를 포함한 절반의 교직원은 공깃밥에 김치만 먹고 온 일 등등등


여건 상 1년밖에 근무하지 못했지만 나의 첫 교사로서의 근무에 행복한 기억을 많이 심어주었다.

(업무에 고통받는 선생님들의 모습과는 별개로)


논 가운데 작고 소듕한 학교, 얼마나 이 학교가 존속될지 모르겠지만 나와 함께 했던 그리고 이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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