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특수교사 수필집(악마와의 계약직 장학사)

by 특수교사 호짠

오늘은 재미있는 승진이야기를 하려 한다. 특수교사 장학사의 삶은 어떠할까?

이 글은 신경쇠약과 스트레스에 절여진 늙어가는 교사의 푸념일 뿐 현실과 다르므로 재미로 봐주길 바란다.


참고로 나는 승진에 크게 욕심은 없다.

미래의 교육 시스템과 학생, 학부모 민원, 다양한 세대의 교사들 등 이러한 문제들을 어우를 만한 능력이 나에겐 없기 때문이다.


교사란 승진이 거의 없는 요상한 직업이다.

중간 승진이 없다가 갑자기 관리자로 뿅! 하고 올라가 버린다.

물론 장학사, 연구사라는 중간 직급이 있기는 하지만 이 직급은 행정가로서, 민원 담당관으로서의 역할에 가까운 느낌이다.


나의 어린 날을 생각해 보면 학교에 장학사님이 오신다는 파발이 전달되면, 전날 아침부터 나무 마룻바닥에 왁스칠을 하고(일하다 손에 가시 박힘), 신발장을 광나게 닦았으며, 창문에 창틀까지 뽀득뽀득 닦았던 기억이 있다. (개구진 놈들은 창문틀 닦다가 일부러 2층에서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이제 장학사가 학교를 간다고 해서 광나는 리무진도, 레드카펫도, 특별히 반겨주는 사람도 없다.

그나마 인사성 밝은 학생이 있다면 학생의 인사를 받겠지만, 그게 아니면 낯선 외지인! 누구지?라는 교직원들의 눈빛이나 무관심하고 공허한 눈동자뿐이다.


업무적으로도 내가 지켜본 장학사는 기본적으로 일이 많고 야근과 출장이 잦다.

마치 너희들 승진시켜 줄 테니 여기서 근무하는 동안 모든 것을 희생해라!!라고 교육청(악마)과 거래를 한 듯 한 모습으로 보이는데, 절대 쉬운 선택이 아닌지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억겹의 시간을 보내고 악마와의 계약을 잘 이행한다면 교감, 교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아!! 특수라는 특수성을 빼먹었다!!

이게 지역마다 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리자 자리가 특수학교, 인문계, 실업계 등 다양한 학교에 상관없이 승진 대상자 누구나 갈 수 있는 경우가 있고, 특정 직군끼리만 경쟁하여 승진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악마와의 계약을 잘 이행하고 특수학교에 교감, 교장 자리가 나고 나의 순서가 오기를 기도해야 한다. 아니 악마와 계약 후 기도라니 참 인생은 얄궂은 것...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교사-장학사-교감-교장으로의 승진 테크트리가 만들어 지게 된다.

마치 포켓몬의 진화 과장을 보는 듯한데, 그 과정안에서는 한명의 교사로 시작했지만 행정가로, 관리자로서 변모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좀 빗나간 이야기지만 요즘 학교 현장에 안전지대는 없다고 느낀다.

일선의 교사든, 교장, 교감, 장학사든 한 발로 지뢰를 밟은 상태로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시기에 고생해서 얻는 승진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고 모두 존중한다.

일선 현장이 어려워서, 본인의 자아실현, 지위에 대한 욕심 등등 어떤 이유든 상관 없다,


부디 위로 높이높이 올라갈 분들께서 올라가시더라도 우리를 잊지 말고 잘 살펴봐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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