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특수교육 잔혹동화(엘리스-이상한 나라 교육청)

by 특수교사 호짠



※ 이 이야기는 한 스푼 작가의 경험과 수많은 허구적 창작을 통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특수교사는 일반적인 교사들보다 훨씬 '다양한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

통상적인 초, 중, 고등학교의 '특수학급'과 특수교육대상학생만 모여 있는 '특수학교',

그리고 각 시군의 교육지원청에 설치되어 있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교사들은 근무하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 교육지원청의 특수교육지원센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편의를 위해 아래부터는 '지원청'이라는 말로 갈음하겠다.)


일단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곳은 통상적인 교육청이나 산하 기관의

인사이동 방식인 본교에 적을 두고 '희망'에 의하여 다른 기관에 '파견'형식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


'지역의 교육 지원청' 발령은 '지원청'에 바로 적을 두게 되는 '발령' 형식으로 인사가 처리되는데,

소수의 이곳을 희망하는 특수교사 외에는, 대부분 원치 않는 발령으로(신규 발령, 지역 이동 발령 등)

마치 '토끼굴에 빠진 엘리스처럼' 빨려 들어가 근무하게 된다.


이곳에서의 삶은 '엘리스가 마주한 이상한 나라'와 같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

지역의 특수교육을 총괄 지원 하는 곳이다 보니, 일반적인 교사의 삶보다는,

'행정요원'의 삶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일과에 순회교육을 위한 출장을 다녀오고 난 이후에는, 많은 시간을 각자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보면 '이상한 나라의 흰 토끼'가 시계를 들고 바삐 뛰어다니는 것처럼, 다양한 문서 처리와

각 학교에 공문 발송, 수많은 협의회와 민원을 상대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모자장수의 미친 티타임' 같은 공식적, 비공식적인 회의나 협의회가 참 많은데, 각각의 협의회는 주로

특수교육 대상학생의 선정이나 치료지원, 보조인력 배치 등 학생 개개인이나 학교의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제인 만큼 무게감과 스트레스가 제법 있다.

게다가 '시니컬한 모자장수' 같은 사람이 위원회나 회의에 들어오게 된다면, 동화 속 '모자장수의 미친 티타임' 같은 무한의 시간을 굴레에 빠진, 의미 없이 끝나지 않는 공포의 회의 지옥에 빠져들게 된다.


또 다른 이곳의 특이점은 근무의 분위기와 풍토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학교의 교직 문화보다는, 교육장(교장급) - 과장(교장급) - 팀장(장학사) - 교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분위기가 조금 더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특수교사의 입장에서는 위에 어떤 팀장이나 과장이 들어오는가에 따라서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되는데,

문서나 행정력, 의전에 진심인 사람이 오게 된다면, 여왕에게 '하얀색 장미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오들오들

떨어가며 흰 장미에 '붉은색 페인트'를 바르는 '카드 병사들'처럼, 끝없는 문서 수정과 의전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상한 나라의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엘리스가 경험한 것보다 '더 이상한 일과 동화적 상상력을 아득히 넘는 민원들'에 치이다 보면, 어느새, 엘리스가 꿈에서 깨어나 듯, 특수교사도 '지원청'에서의 근무가 끝나고, 현실세계인 '학교'로 돌아오게 된다.


현실로 돌아와 '지원청' 시기를 되돌아보면 그래도 근무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번아웃이 온다.' 라든가, '인류애는 쉽게 식어버린다.' 등등등 을 말이다.


아마 많은 교사들이 본인이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면 교직생활 중 1번도 경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물론, 희망하지 않기 때문에 인사이동 시즌이 되면 이곳에 오지 않으려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물론 내가 위에 서술한 '지원청이라는 이상한 나라'는 내가 근무한 지 이미 제법 시간이 흘러서, 구시대적 에피소드일 것이다.

요즘은 더 합리적이고, 훌륭한 분들이 많기에, 분명 분위기와 업무 강도의 면에서 많이 개편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오늘의 잔혹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야기'었다.


※ 해당 에페소드는 특수교육의 현실을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작성한 글이며,

특정 대상을 희화화하거나 차별하기 위함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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