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서 작성부터 해단식까지 MBC 청년시청자위원회 5기 활동 톺아보기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 내려가자
너와의 추억들로 가득 채울래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
불투명한 미래를 그리는 것만큼 복잡하고 불편한 일은 없기에 그 막중한 업무에서 꽤나 오랫동안 도망쳐왔다. 물 흐르듯이 대학에 진학하고, 깊은 사유랄 것 없이 당장 앞에 닥친 과제를 해치우는 데 익숙해질 무렵 중도 휴학을 하고 '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그 숱한 질문 끝에 내가 발견한 한 줄기의 빛은 '무한도전 같은 삶을 건드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깨달음의 시기에 선물처럼 발견한 공고가 바로 <MBC 청년시청자위원회>였다. 방송국에 한발 가까워지면서도 여러 콘텐츠를 분석해보는 연습을 하는 활동이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활동에 지원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2개나 있었다. 마감 하루 전에 공고를 본 탓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리고 딱 알맞게 찾아온 코로나가 그것이었다. 이상화 선수가 스케이트 날로 질주하듯 아픈 목을 붙잡고 앉아 하루 만에 지원서와 창작 콘텐츠를 작성해야 했다. 과연 이 방해물을 헤치고 무사히 지원했을까?
지원서 : 기본 인적사항, 희망 지원 분야(일러스트, 글쓰기, 동영상 등), 운영 중인 페이지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 (본인의 이력 및 수상 내역을 포함하여 1페이지 이내)
창작콘텐츠 : MBC 프로그램 하나를 선정해서 비평 콘텐츠를 작성하시오.
다행히도 무사히 지원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붙기까지 했다. 우선, 지원서는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본인이 글쓰기나 동영상 등 어떤 분야를 희망하는지 선택하게끔 되어 있다. 정해진 양식을 그대로 따라 쓰는 거라 작성에 큰 어려움은 없다! 브런치 등의 개인 페이지 운영이 우대사항이긴 하지만, 해당 경험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운영 경험이 없는데도 붙은 경우라서, 창작 콘텐츠에 충분히 자신의 시각과 매력을 녹여내면 경험 없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기본 인적 사항 제외하고 본인의 지원동기 및 자기소개도 작성해야 한다. 마감 하루 전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가져다 쓴 것은 아니다. 오히려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말 진솔한 이야기로 채워가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활동들을 해왔는지를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글쓰기로 지원했기 때문 해당 장르와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콘텐츠 제작자로서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어필했다. 가령 기발한 시각과 확장성을 가졌음을 강조하고, 그러한 역량을 보여줄 활동들을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채워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M싱크가 된다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포부와 계획을 3줄 정도만 채웠다. 앞부분을 조금만 공개하자면 위와 같다!
그리고 지원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창작 콘텐츠 과제가 있었다. MBC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정해 글, 동영상 등 자유 형식으로 비평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과제였다. 이 창작 콘텐츠가 높은 평가 비중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조금 더 신경 써서 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창작 콘텐츠 제작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평소에도 한 프로그램을 볼 때면 그 안에 숨어있는 장치나 의미를 파악하려고 하고, 해당 작품의 매력 요소는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주제와 전달 내용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더 오래 고민했던 것은 이걸 어떻게 전달할지 그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어쩌면 평범할지도 모를 내용을 조금 더 색다르게 작성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채택한 방식은 바로... 시나리오였다! 면접 장면을 가정하고 면접관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콘텐츠를 작성했다. 물론, 내용에서 본인만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보고 콘텐츠를 접하게 만들지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비평 콘텐츠이지만, 너무 깎아내리면 안 뽑히는 거 아니야?' 이런 걱정은 접어두고 솔직하게 다만 근거를 갖추고 편안하게 작성해나가도 좋다!
감사하게도 서류에 합격해서 면접 준비에 돌입했다. 중점적으로 준비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이전 기수의 후기를 통한 예상 질문지 작성하기와 MBC 프로그램 모니터링이었다. 요즘 어떤 작품이 나오고 있는지, 작품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SNS나 마케팅 측면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주도하고 있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예상 질문에서 내가 청년시청자위원회를 하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키워드로 정리해서 작성했다.
<예상 질문 예시>
1분 자기소개
창작 콘텐츠 소개 (만들게 된 의도,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제작했는지 등)
청년시청자위원회가 된다면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가요?
청년시청자위원회 활동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활동이 무엇인가요?
MBC 프로그램이나 전체적인 방향성에 있어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인가요?
지상파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타 방송사와 구별되는 MBC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MBC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보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나름의 준비를 끝내고 면접을 보러 갔다. TV에서만 보던 마주 보는 푸른 동상도 보고, 높은 방송국 건물에 둘러싸여 심장이 묘하게 떨리면서도 설렜다. 면접 대기 장소에 갔을 때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어서 더욱 긴장됐다. ‘딱 봐도 대단한 저 사람들을 뚫고 내가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나름 의기소침해졌다. 그렇게 후들후들 떨고 있을 때 담당자님이 나와 면접 장소로 안내해 주셨다. 면접은 다대다 면접이었고, 장소는 무한도전에 자주 등장했던 곳이었다. 사실 긴장을 꽤 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시나무 떨리듯 흔들리는 목소리는 초반에까지 숨기기 어려웠다.)
면접 질문 자체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나왔다. 그래서 오히려 후반부에 갈수록 마음이 진정되고 더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었다. 사실 관계자님이 면접관으로 들어오시기 때문에 너무 비판적인 시각은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정말로 많은 의견을 수용하려고 열린 자세를 갖추신 걸로 보였다. 그래서 예의를 갖추고 근거와 함께 전달한다면 편하게 의견을 전달해도 좋을 것 같다. 면접 문항은 아래와 같았다.
<면접 질문>
1분 자기소개
MBC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MBC 유튜브 채널 중에 관심 있게 보는 채널이 있는지, 왜 그 채널을 선호하는지?
(꼬리 질문) <골 때리는 그녀들>의 흥행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꼬리 질문) MBC에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왜 흥행이 잘 안 됐다고 생각하나요?
지원자에게 공통으로 묻는 질문도 있었고, 한 질문자의 답변에서 꼬리 질문을 하고, 그걸 다른 지원자들에게도 묻는 경우도 있었다. 반드시 답변하지 않아도 괜찮고 손 들어서 답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 순간에 떨지 않고 정말 왜 그런지 이유를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너무 달달 떨어서 면접에서 떨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대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MBC 청년시청자위원회 활동이 시작됐다. 약 7개월가량의 활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낌없이 받은 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콘텐츠를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매주 콘텐츠를 작성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글감을 찾고, 여기에 살을 붙여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담은 글로 풀어쓰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연습이었다. 거기에 분야별 에디터님이 꼼꼼하게 초안을 읽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피드백을 주셔서 한층 발전시키고 다음 콘텐츠도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야 이건 무슨 말인지 아실까 하는 것도 찰떡같이 잡아서 항상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면서도 바꿀 부분을 탁 짚어주셔서 초안이 점점 깔끔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장르별 PD님의 강연과 질의응답, 촬영 현장 견학, 라디오 방청, 인터뷰 등 실무진의 이야기를 가장 실감 나게 들으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방송에서만 보던 곳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활동 자체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FGI 활동이다. 초기 기획안 수정부터 현재 프로그램의 개선방안 등 청년시청자위원회의 아이디어를 듣고, 이것을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성장시키려는 여러 사람의 노력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서 작성할수록 받기만 활동인 거 같아 감사하면서도 뭉클하다.
(BGM : 신승훈의 I Believe)
6기 지원이 언제인지 확실치 않지만, 보통은 3월쯤에 공고가 올라와요. 그때를 노려보세요.
발대식 때 사진을 찍는데 각자 보정할 기회를 주세요. 그때... 반드시 보정하세요.
선착순으로 활동 참가자를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를 위해 카톡은 항상 상단에 고정하세요.
만약 휴학생이거나 별도의 일정이 없어 모든 참여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내용을 보기 전에 “저요”를 빠르게 보낼 준비가 돼 있으면 좋아요.
사전에 협의하면 팀원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요. 만약 여건이 된다면 함께 힘을 모아 더 다채로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믿어요.
남는 건 사람밖에 없다고, 정말 좋은 사람이 많을 거예요. 이곳에서 앞으로 이어 나갈 귀중한 인연을 찾길 바라요.
제 흘러가는 청춘의 한 장을 M싱크와 함께 기록하여 행복했습니다! 활동 정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