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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 에포크 Apr 06. 2023

아빠의 과학 수업

친해지길 바라

안녕하세요?

요즘 노상 막내아들 이야기들만 해서 잠시 잊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 집에는 제 눈에는 꿀 떨어지는 예쁜 딸내미도 있답니다. 저희 집 장녀가 어느덧 초등학교 최고참 6학년이 됐습니다.

요즘 들어  딸이 부쩍 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성격도 생각도 마냥 어리게만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춘기의 스멜을 풍기는 것 같더라고요.

쉰다면서 문 탁 닫고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던가, 아이돌 뉴스가 가장 핫이슈이고, 핸드폰을 한 몸이양 들고 다닌다던가..... 조잘조잘 수다스럽기까지 한 딸은 그래도 아직 까진 저하고는 곧잘 이야기가 통하지만요, 요즘은 확실히 아빠와의 대화가 줄었어요. 심지어 둘 사이가 어색해지고 데면데면해졌나 싶을 도더라고요.

남편은 가족에 대한 애정은 깊지만, 그리 살가운 성격은 못돼서 상대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 타입이라 보통 저나 딸이 먼저 말을 거는 편이랍니다. 저야 아내라 그렇다 쳐도, 딸이 예전 같지 않으니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퇴근하면 아빠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들 때문에 딸이 아빠와 있을 시간이 줄기도 지만 점점 사춘기에 접어둔 딸과 아빠사이의 접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


점점 어색해져만가는 아빠와 딸. (이미지출처-네이버 이미지)

같이 논다고 해도 '보드게임'이나 '영화 보기'같이 어쩌다 한 번으로 끝나는 일회성이다 보니 서로 유대로 이어지긴 어려운 것 같았어요. 이마저도 딸의 취향이라는 게 생기고 나니, 이게 또 아빠랑 취향이 달라져서요... 아빠와 딸의 공통 부모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제가 등 떠밀며 막연하게 딸이랑 대화 좀 해보라고 독촉을 해보지만, 말주변이 그리 있는 편이 아닌 남편에게는 어려운 미션입니다. 딸과 공통 관심사도 없을뿐더러 할 이야기도 없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할 뿐이었어요.


어쩌면 지금이 골든 타임!(이미지출처-네이버 이미지)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하죠.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아빠와 딸 사이가 점점 더 멀어져서 나중에는 결국 어쩌지도 못하고 뒤늦은 후회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이 됐어요.

어떻게 하면 둘 사이가 가까워질까?

그러다 생각난 건, 저와 저희 친정아버지의 관계를 떠올렸어요. 저희 아버지는 그야말로 가부장적인 표본이라고 할 만큼 옛날 스타일의 형적인 무뚝뚝하고 과묵한 경상도 스타일의 아버지셨어요. 같이 있으면 공기마저 어색해서 제대로 할 말도 안 떠올랐을 정도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아버지를 떠올리면 마음 따뜻해지는 여러 추억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어머니 보다 더 많이요.

왜일까, 생각해 보니 비록 대화가 어색한 부녀사이였지만 아버지께선 아버지 나름대로 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셨거든요.

예를 들면, 주말 아침이면 클래식을 크게 틀어 억지로 일어나게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덕에 아버지의 취향을 알게 되고, 그 영향으로 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  평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출근하시고 안 계셨지만, 아침에 아버지께서 신문을 읽다 관심이 있는 칼럼이나 기사가 있으면 그 부분만 서투르게 북 찢어 책상에 무심하게 놔두고 가시기도 했지요. 제가 첫 월경이 시작된 날에는 제 책상에 만화로 된 성교육책을 살포시 올려놓으셨더랬어요.


사이좋은 아빠와 딸을 위해 !(출처-네이버 이미지)


비록 깊은 대화도, 다정하게 같이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지만, 제게는 이런 아버지하고의 추억이 있었던 거예요. 소소할지 몰라도 지금 제겐 애틋하고 부성애를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아버지와 추억으로 여전히 남아있어요.

그래, 우리 집 부녀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추억으로 쌓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빠의 과학수업"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보았습니다!

과학 쪽 이과전공인 남편에게 딸과 어색하게 수다 떨라고 하는 것보다는 수업이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아 하는 남편이라 수업을 하면 말이 잘 나올 거라고 예상했어요.

교과목과 상관없이 아빠가 가르쳐주고 싶은 주제들로 정했어요.

장비빨이라던가요... ;;;  남편의 의욕 정진을 위해 여러 가지 과학키트들을 남편과 의논해서 사기 시작했어요. 초기 비용은 좀 들었지만요...ㅎㅎ;;;

일단, 결과는 가족 모두 대만족입니다.


빛과 낮과 밤 원리에 대한 수업
자기장에 대한 수업. 철가루 자석 체험과 직접 물과 자석으로 나침반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주말에 한번, 한 시간도 채 못 채우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한 아빠의 과학 수업에는 저도 같이 청강 중입니다.

매주 수업준비를 하기 위해 요즘은 남편이 등한시하던 책도 꺼내 읽고 과학수업용 키트들도 주문하는 등, 은근히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남편의 지식자랑도 되고, 딸내미 공부도 시키고, 둘 사이의 추억도 생기는 그야말로 일석 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보고 있답니다.

시작한 지 이제 서너 번이라 앞으로 얼마나 지속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이 방법이 잘 통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통해 딸이 아빠와의 사이가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딸에게는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이 되어있겠지요? 지금부터의 시간이 기대가 됩니다.


사랑받는 아빠되기 화이팅!^^(출처- 네이버 이미지)


어느새 꽃이 다 져버렸어요.

바싹 건조하던 땅줄기에는 단비가 되어 봄비가 줄곧 내리네요.

이 봄비로 본격적인 봄이 시작이 되려나 봐요.

이번 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듭니다.

봄비마저 설레는 하루 보내세요!^^

또 찾아뵙겠습니다.


                                   -벨 에포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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