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의 고소 기사를 읽고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부모입장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를 소송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도 같은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아들을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보내고 있는 처지라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용기를 내어 글을 써봅니다.
그 기사를 읽고 아래 댓글도 읽으며 여론을 지켜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격분해서 댓글을 쓰셨더군요. 어느새 감정 이입이 되어 그 댓글들이 마치 저에게 하는 말들인 것 같아 속도 상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초등학교 특수반의 현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던지는 오해는 좀 풀고 싶어 조심스럽게 써보고자 합니다.
장애가 특권인 줄 안다는 댓글에 대해
장애가 있다는 게 특권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절대 아닙니다.
그렇지만 복지는 왜 있는 건가요?
애초부터 똑같은 조건이 아닌데, 평등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노약자 좌석도 있으면 안 되고, 임산부 혜택도 있으면 안 되는 게 아닐까요?
발달장애는 특히나 겉보기에는 눈에 띄는 신체적 특징이 없어 더 눈총을 받습니다.
저는 저희 아이의 장애가 특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제 주변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또한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은 단 한 분도 못 봤습니다. 모두가 을과 같은 마음으로 양육하고 있습니다.
늘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감동하고 감사하며, 주변의 피해가 되지 않으려고 늘 전심전력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항상 주변 눈치를 살피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리 살겠지요. 이런 게 특권이라면 차라리 이런 특권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자기애면 자기가 책임지라는 댓글에 대해
맞는 말씀이죠. 내가 낳았으니 내가 책임져야죠. 특히나 장애가 있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도 자립을 목표로 잡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제 생명이 다하는 한, 아이의 평생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이상, 하나부터 끝까지 따라다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아이를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안됩니다. 저는 학교에서 있을 만큼은 학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시지 않습니까?
저희도 민폐를 끼칠 걸 알면서도 마음은 늘 죄송하고 불편하지만 아직은 어리니까, 발달의 여지가 있으니까, 작은 발전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주 조그마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학교에 보냅니다.
그만큼 학교를 믿기 때문입니다. 의무교육이기도 하고요.
홈스쿨링시키라는 댓글에 대해
제가 이번에 홈스쿨링을 시키고 싶어 알아보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 허가가 쉽지 않습니다.
특별한 신체적 이유나 사정상 사유가 확실해야 하고, 여러 의료기관이나 선생님들의 의견서도 필요하고, 혹시 운 좋게 홈스쿨링이 허가가 되더라도 주기적으로 교육청등 관할 기관에 수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경찰의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홈스쿨링을 하는 순간 자퇴처리이기 때문에, 만약 다시 사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데 발달장애 특성상, 늦은 인지지능으로 검정고시를 잘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교육의무를 다한 장애인과 못한 장애인이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적 평판과 자립의 조건이 달라지게 되므로 의무교육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홈스쿨링, 하면 될 것 같지만 부모입장에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특수학교에 보내라는 댓글에 대해
저도 특수학교에 너무 보내고 싶습니다.
기사를 보니 경기도의 용인이시더군요. 저도 경기도에 살지만 우리나라는 장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특수학교가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한 도시에 공립 특수학교가 하나정도입니다.
요즘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발달장애 커밍아웃을 하며 적극적으로 치료지원을 나서는 발달장애인 아이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학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에 1~2개 정도이고, 이마저도 학급수나 교실 수용 학생수 또한 소규모입니다.
관련 특수 교사 인력난도 급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쟁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희망한다고 다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고, 어떤 곳은 면접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의 상태나 서류전형에서 꼭 다녀야 하는 사유가 확실하지 않거나 특수학교의 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입학할 수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 많은 장애 아이들은 어쩔 수없이 일반 학교 특수반에 배정받게 됩니다. 이는 대부분 부모의 선택이 아닙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녹음기를 넣어 증거를 수집했다는 댓글에 대해
댓글에서는 마치 교사를 고소할 작정으로 처음부터 계획했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그건 사실이 아닐 겁니다.
저희 아이도 학교등교거부가 심합니다.
전날 밤새도록 안 간다고 울기도 하고, 과민성장증후군으로 배탈에 계속 시달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언어발달이 아직 제대로 형성이 안되어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안됩니다.
왜 학교가 싫은 지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 물어보지만 딱히 정확한 이유도 없습니다. 근데 아이가 계속해서 학교 등교거부가 너무 심하다면, 그리고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지속적이라면, 여러분들의 아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실 건가요?
계속 내버려 둘 부모가 있을까요?
아이와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학교에서는 어떠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데, 아이가 심한 증상을 계속해서 나타낸다면, 부모입장에서는 어떠한 정황을 파악하고 싶었을 겁니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하고요...
언젠가 미국에서 특수교사가 장애아이를 학대한 정황을 학부모가 학교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알게 되었고 그 녹음 내용이 증거자료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추측하건대... 애초부터 선생님을 공격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전부터 이어진 아이의 이상한 증상과 상황 전조가 많았을 것이고, 아이와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에서 원인을 알 길이 없는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에, 그저 알고 싶은 마음에 녹음기를 넣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이의 돌발행동과 피해학생이 있었다에 관한 댓글에 대해
그의 아들이 여자아이 앞에서 바지를 벗는 돌발행동을 하였고, 이 상황으로 분리 격리 조치를 받았으며, 이 일로 학부모를 만나 사과를 하고 이해를 받았다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크게 반발하시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첫째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충분히 화낼 내용이 맞지요.
그러나 제가 그 작가님의 아들을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아마 그 아이가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어떠한 성적인 목적이 있어서 바지를 내린 것이 결코 아닐 거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발달장애는 보통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과잉행동과 과민 감각이 특징입니다.
외부자극으로부터 극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어떤 행동으로든 돌팔구를 찾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여러 돌발행동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는 촉감이 예민해진다는 것입니다. 감각이 극에 닿으면, 주변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본인이 살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주변상황 상관없이, 오로지 나의 감각을 진정시키고자 직관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므로 아무리 부모라도, 선생님이시라도 돌발행동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본인 조차도요.
아이도 좋아서 한 행동은 분명 아니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교육이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오랜 반복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아직 초등학교2학년이라고 합니다. 어느 아이나 실수는 하고, 실제로 심각한 성범죄가 일어나지도 않은 시점이니, 앞으로 정진할 여지가 많다는 걸 우리가 너그럽게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줘야겠냐는 다른 아이들의 수업보장권에 관한 댓글에 대해
이 댓글은.... 지금 저에게도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어 생각이 많아지는 댓글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유예를 해서 4학년의 나이이지만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그렇다 보니 같은 반 친구보다 덩치도 좋고 키도 큽니다.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수업 중에 큰소리를 냅니다. 가끔 수업 중인데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은 수업시간이라 아이는 30~40분내내 책상에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어야 합니다. 가벼운 활동 몇 가지를 지도받지만 잠깐일 뿐입니다.
지루하고 어려워 그냥 앉아있는 게 지겨워서 큰소리를 내는 것이라 부모입장에서는 변호하고 있지만, 분명 같은 반 친구 수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민폐 맞지요.
그래서 곧잘, 자주 분리격리 조치로 특수반에 보내지기도 합니다.
말이 좋아 분리격리 조치지만, 한마디로 쫓겨나는 것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의 수업 보장권을 위해서요.
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필요한 시정조치입니다.
저도 저희 아이반친구들과 학부모님들께 늘 죄스럽고 송구한 마음이 큽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통합반과 특수반을 오가며 반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환경이 정작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맞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통합반은 장애아이와 다른 친구들이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만든 구조입니다. 그러나 장애아이에게 피해를 받고 선생님은 그 아이를 쫓아내고, 그 아이는 쫓겨나는 경험을 계속하며 그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과연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조를 배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쫓겨나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는 장애 아이의 정서는 어떨까요? 아무리 지능이 낮아도 자신이 쫓겨난다는 걸 아이자신도 모르지는 않으니까요... 이게, 맞나요...?
솔직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통합 수업(통합반으로 이동하지 않고)보다는 특수반에 수업을 부탁드렸지만, 일반학교 특수반은 통합 수업이 의무입니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거절하면, 법에 저촉됩니다. 그래서 교사도, 아이도,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통합수업입니다.
가끔 학교와 학부모 협의에 따라 종일제로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의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는 정식으로 따지자면 특수반 소속이 아니라 해당 통합반 소속입니다. 오히려 해당 통합반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최종 책임 선생님이십니다.
엄밀하게 표현하지면, 일반학교의 특수반 특수교사님들은 아이가 감각적으로 힘들 때나 돌발행동으로 교실에서 분리격리됐을 때를 도와 보조해 주시고, 특수 교실에서 머무는 동안 아이의 수준에 맞는 개별화 수업을 진행하고, 장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주변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가교의 역할이라는 게 더 맞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반 담임선생님도, 특수반 선생님도 서로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서로 책임을 묻는 일도 비일비재해서 아이는 결국 반 소속도, 특수반 소속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래서 지금 혼란스럽습니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의 수업권이 보장되고 나면, 이제 저희 아이의 수업 보장권은 누구에게 호소하면 될까요?
저희 아이도 대한민국 국민의 아이이고, 인간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지 않나요?
물론 다른 친구들의 수업도 중요하지만, 저도 저희 아이가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고, 피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교육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저희 아이의 교육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 아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 아이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피해를 주니, 집에만 가만히 아무에게도 피해 주지 말고 틀어박혀있어야 할까요?
저는 앞으로 아이와 함께 세상에 나갈 수 있을까요?
이대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평생 세상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할까요?
저는 지금 어떻게 아이를 양육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세상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 어쩌면 없으면 더 좋은 존재.
이해되지도 않고,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존재.
이상행동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하고 세금만 축내는 존재.
저희 아이가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씁쓸하고 슬픕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특히나 우리나라에서의 교사는 극한 직업입니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니만큼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업을 삼는다는 것에 저는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특수교육은 더욱 그 수요가 적고, 이 분야는 많은 이타심 없이는 가지기 힘든 업임을 알기에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이번 사건이 최종적으로 법적 소송이라는 양측에게 모두 다 비극적인 결말이 된 것 같아 안타깝지만, 장애의 유무를 떠나, 초등학생 2학년에게 넌 앞으로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이란 잔인한 말을 들어야 할 만큼 그 아이가 큰 잘못을 한 게 맞을까요? 이 또한 언어폭력이 아닐까요?
며칠 전 초등교사의 안타까움 죽음으로 교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기사가 자극적인 먹잇감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존중받아 마땅해야 할 교권인 건 맞지만, 여론의 파도에 휩쓸려 본질이 흐려진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본 글은 오로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고 생각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혹시 읽으시며, 불편하신 점이 있으셨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