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Dec 29. 2023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올해와 건강하게 이별하기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다들 어떤 2023년을 보내셨나요?

저의 올해를 키워드를 떠올리자면, 나름의 '고군분투 '와 나름의 '번아웃'을 맛본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되돌아보게 되는 한 해와 앞으로 새로 맞이할 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올 한 해 저는 유난히 진뜩진뜩하게 들러붙고, 애써 대립하고, 울그락 불그락 감정조절도, 완력조절도 힘들었던 연초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활활 타오르던 제 안의 무언가가 모두 소화되고 난 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벽을 느꼈고 적당한 포기와 어중간한 타협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받았던 좌절, 억울함, 두려움과 불안감 같은 부정적이고 다소 우울한 감정에 파묻혀 지낸 연중이었습니다.

그렇게 매운맛, 쓴맛들을 맛보고 나서 되도록이면 조용히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제 안의 소란함을 잠재우고, 식히고, 비워내기 위해 저만의 정화의 시간을 만들며 연말을 보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좌충우돌에 실수투성이의 나 자신을 어김없이 떠오르게 돼서 돌아보기 싫을 정도의 한 해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마냥 싫지마는 않습니다.

그 실수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새로운 사실과 나름의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결론을 내리며 크고 작은 새 목표들을 세우면서 제 머릿속 소용돌이를 그나마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끝보다는 시작을, 이별보다 만남을 더 중요시합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도 있다는 것을 가끔은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 만남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설레고, 희망차고, 의욕이 앞섭니다. 이별은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슬픔, 허무함, 섭섭함, 허탈 같은 감정을 먼저 느껴서인지 꺼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과 마주하지 못한다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에 잠식당할지도 모릅니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하고, 무너지고, 실패를 경험합니다. 인간이니까요. 그러나 그 경험이 나의  전체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대로 마주하고 그 또한 필요한 경험과 감정들이었음을 인정하고 품으며, 건강한 이별을 해봐야겠습니다.


시간이란 인간이  사물의 변화를 알기 위해 약속하고 정의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인간들은 굳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영역으로 나누어 시간이라고 이름 지어놓고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며 날짜를 정하고 몇 시 몇 분, 몇 초로 쪼개어 가며 스스로를 애써 제약 속으로 밀어놓고 가두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나의 일상은 반복할 뿐이니 연도가 바뀐다고 할지라도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 시간의 연속성에 허무하게 흘러 보내는 것보다는, 그래도 시간들을 부여잡고 되돌아보며 유난스럽게 보낸 올해와 제대로 마주해서 잘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올해의 미더움들 또한 품어주어야 웃으며 잘 이별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실  인간관계에서의 이별과 끝이란 이렇게 쿨하지 못할게 틀림없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마음이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것들이 얽히고 뒤엉켜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나간 시간과 나의 관계에서는 건강한 이별이 가능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잘 헤어질 용기를 가져봅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All's Well That Ends Well)"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의 제목처럼요.

누구나 억지로 해피엔딩일 필요는 없지만, 굳이 새드엔딩을 바라지는 않으니까요.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 오픈 엔딩이라고 해둡시다.

내년에는 새로운 나만의 오픈 엔딩을 향해 의미 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닌, 의미 있게 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 좀 더 건강해지기로! 그리고 좀 더 웃기로! 그리고 좀 더 사랑하기로!

이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오픈 엔딩일지라도 꽤 멋진 엔딩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시작과 만남, 그리고  새로운 끝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건강한 이별을 해보았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시작의 희망보다는 잘 마무리하고자 하는 이별이라는 희망을 더 품어 봅니다!^^

다들 즐겁고 행복한 새해맞이하세요!

Happy new year!^^


추신: 새해에는 좀 더 자주 뵙겠습니다.

(사용된 이미지들: 네이버 이미지 )







작가의 이전글 최소한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