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Jan 05. 2024

졸업을 축하해

엄마의 훈화말씀ㅋ

어제는 저의 첫째 딸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었습니다.

마냥 어리기만 했던 유치원 졸업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어느새 이리 컸나 싶기도 하고, 딸이 무탈하게 자라주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전날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 입학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 앞에서 불안할 딸을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어 편지를 써보았어요.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진 편지에, 게다가 결론은 사랑한다로 끝나는 다소 진부한 내용으로 마치,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같이 되어버렸지만요.ㅎㅎㅎ

지금 이 시기에 꼭 해주고픈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요즘 시기, 졸업식앞두고 있거나, 이미 졸업식을 끝낸  학생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에게도 조심스럽게 이 편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졸업하시는 모든 분들, 졸업 축하드립니다!


이미지출처_네이버 이미지



사랑하는 딸에게.


네가 어느덧 초등학교를 '졸업'하는구나.

입학한 지 2255일. 무려 6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네가 웃고, 울고, 혹은 아프고,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며 배운 성장의 경험치가 얼마나 커다란지 엄마는 곁에서 지켜보았잖니. 그래서인지 이번 졸업이 유치원 졸업 때와는 다른, 좀 더 특별한 느낌이야.

이제 한 과정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너에게 엄마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펜을 들었어. 좀 지루하고 긴 편지가 될지도 모르지만 들어주겠니?

얼마 전, 네가 공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지. 앞서 나가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며, '좀 더 빨리, 좀 더 열심히 공부해 둘걸' 하고 말하는 너의 목소리에서 후회와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단다.

너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엄마는 네가 느끼는 불안함만큼 네가 앞으로의 시작을 기대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졸업식 날, 정든 교실과 작별 중.


너희 나이대 친구들을 흔히들 말하는, 사춘기, 반항기, 또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하지.

한 번씩쯤 들어 봤을 거야. 평소 이런 단어들이 다소 부정적인 인상이 들고, 이미지가 좋지 않게 느낄 수도 있지만, 네가 곧 겪을 사춘기, 반항기,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가 솔직히 엄마는 몹시 기대가 된단다.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언제나 선하고 늘 착하기만 한 우리 딸의 폭풍의 소용돌이(!) 같은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거든.(혹시 이상한 플레그가 되지 않기를!ㅎㅎ)

사춘기, 반항기, 질풍노도의 시기.

이 단어들이 뜻하는 의미가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유산인지 너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먼저, 질풍노도의 시기의 '질풍노도(疾風怒濤)'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거센 바람과 성난 파도를 뜻한단다. 네가 성장하며 너의 몸속 호르몬들이 바쁘게 변하고, 뇌의 재구조가 다시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감정의 폭풍을 겪는 시기라고 붙여진 이름이지. 어쩌면 넌 이제 더 이상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어른도 아닌 존재가 되어,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일까?'같이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많이 혼란스러워할지도 몰라. 그래서 이전처럼 즐겁기만 했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단다. 그렇다고 너무 불안해하거나 미리 겁먹지 마렴. 이런 변화들은 엄마도, 아빠도 네 나이에 겪었고,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야. 무엇보다, 이런 고민은 너의 인생에서 나침반이 되어줄 중요하고 또 필요한 시간이기도 해.  단지 어려운 과목이 늘어나고, 해야 할 공부의 양이 늘어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너의 내면의 소리에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그다음은, 반항기. 제일 많이 들어봤지? 안 좋은 쪽으로.ㅎㅎ

'반항(反抗)'은 부모나 다른 상대에게 맞서거나 반대하는 행동을 한다는 뜻이야. 여느 부모님들은 이런 반항기가 가장 걱정된다고들 하지. 엄마도 내심 그렇지만...

그럼에도 부디, 마음껏 반항하렴.

왜냐고? 반항이란 걸 하기 위해선 말이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골똘히 생각해야 하고, 그 기준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 결정하거나 선택하고 난 뒤에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야.

네가 무언가에 반감이 든다면, 나의 반감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 이 모든 과정이 '반항'이란다.

 그렇게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큰소리로 말하고, 부딪혀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거야! 그 과정에서 화도 나고, 눈물을 흘려도, 그래서 결국에는 상처를 입더라도 그 모든 것들이 너를 성장시킬 거야.

특히, 너희들의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과거에는 맞다고, 옳았다고 했던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 물론 변하지 않는 중요하고 지켜져야 마땅한 가치들도 많지만, 너보다 오래 살았다고, 너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란다. 이 엄마도 포함해서 말이야.


마지막으로 사춘기에 대해 말해주고프다.

사춘기(思春期). 솔직히, 엄마가 참 좋아하는 단어야!

풀이하자면, '생각이 봄을 맞이하는 시기'라고 해. 이 얼마나 멋진 단어니!

너의 생각들이 봄날처럼 깨어나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새로운 생각들이 새싹을 틔우고, 푸르르게 자라난다니... 그 상상만으로도 엄마는 흐뭇해져. 너는 지금 그런 멋진 시절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란다.

그런데 말이야. 너도 봄이라는 계절을 경험해 봤다시피, 봄 날씨라는 게 참으로 변덕스럽지.

이런 봄 날씨처럼 너의 감정들과 생각들이 햇빛 찬란하다가도, 갑자기 구름 가득히 흐려지거나 눈앞이 안보일정도로 비가 오고, 덜덜 춥다가도, 땀나게 더워지기도 하는... 이런 날들이 계속 이어지겠지. 그렇지만 이런 변화들을 견디고 나면, 어느새 한아름 꽃을 피우고, 짙푸른 녹음과도 같이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잎줄기가 강해지며 훌쩍 성장해 있을 거야. 엄마는  펼쳐질 너의 봄날이 진심으로 기대가 돼.

너의 봄을 기대하며. (이미지 출처_네이버 이미지)


사랑하는 우리 딸,

앞으로 네가 해야 할 공부들과 겪을 수많은 일들은 네가 너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성장하며 '진정한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사실이란다. 지금 하는 공부들이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이 공부들 또한 과정의 일부분이지, 너의 인생 전부는 아니란 거야.

공부를 잘한다고 인생을 잘 산다고 할 수 없겠지만, 공부라는 과정을 잘 견뎌낸 사람들이 대부분은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인내심이 있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다고 믿기 때문에 이런 미덕을 기르기 위해 학교나 사회가 공부를 강조하는 것이란다.

엄마의 비밀 하나 알려줄까?

엄마가 겉으로 '어른'같아 보이고 나이도 너보다 몇 배나 많지만 '진정한 '이냐고 물어본다면, 엄마는 과연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실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많이 부끄러울 것 같아. 어쩌면 '나는 뒤늦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니까.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완벽하고 빠르게 해치울 수 있는 길이란 있을 수 없을지도 몰라. 엄마도 이 길을 찾기 위해 여전히 헤매고 공부하고 있거든.

그렇지만 우리 너무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말자.

우리는 어차피 불완전하고 미완성적인 인간이니,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크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고,  또 많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러니, 우리 같이 함께 이 시기를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 보자. 엄마도 같이 열심히 노력할게.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에게는 너를 가장 사랑하는 너의 편, 가족이 곁에 있을 것이란 거야.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렇단다. 그러니, 그 어떤 생각이든, 또 어떤 감정이든 억누르지 말고 마음껏, 마음 놓고 발산하렴. 억누르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이 시기가 지나도, 뒤늦게 분명 터지고 말아.

그러니까 두려워 말고 너만의 봄의 계절을 만끽하길 바란다.




딸이 아기일 때부터 함께한 오래된 애착 쿠션과 딸을 임신하고 태교 할 때 만든 애착 인형들.

옛날에 엄마시대의 부모님들의 이미지란, 그저 본받고 존경하며 우러러봐야 하는 거대한 산이나 눈부신 태양 같은 이미지였어. 그래서 다가가기 힘들고 말을 건네기도 어려워서 그 앞에 서면 버벅거리기 일쑤였지.

엄마는 이런 위대한 존재같이 되고 싶지는 않아.

그저 네가 힘들면 기대어 울 수 있고, 지치면 쉴 수 있는 푹신한 쿠션 같은 그런 엄마가 되고 싶구나.

네 방에 늘 있는 너덜너덜해져도 푹신한 너의 오랜 그 애착 쿠션처럼 말이야.

지금도 넌 엄마의 소중하고 멋진 딸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나의 보물, 나의 영원한 1번, 그리고 나의 소중한 Sunset인 나의 딸.

너의 졸업을 축하해. 그리고 너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해.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하자. 늘 언제나 사랑한다.   


-너의 졸업을 축하하며 엄마가-


작가의 이전글 끝이 좋으면 다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