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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Mar 31. 2022

버릴뻔한 꿈 코로나가 일깨웠다.

인생칠십 고래희 5



 코로나 창궐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약 알레르기가 있어 백신도 맞을 수 없다. 경동시장이며 노량진 수산시장의 같이 하던 장보기는 남편이 도맡았다.


김기림 시인은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별게 아니다. 끝없이 단념해 가는 것이라 했다. 선택의 이면엔 단념이 자리한다. 이젠 꽃나무 가꾸는 일만 남았다. 덩굴장미 라일락 벌개미취 도라지 메발톱꽃 모란 작약등 주로 노지 월동되는 식물을 사다 심었다. 마당은 물론 집 밖 골목길로 나있는 담을 빙둘러 화분을 놓아 길렀다. 이 동네는 집집마다 담이나 대문 앞에 화분을 놓아 꽃나무들을 기른다. 뒷집 소장님은 빈 화분이 생기면 말없이 우리 집 대문 앞에 갖다 놓아 주신다.  공방 아주머니는 칸나 뿌리덩이를 주셨다. 크게 잘자라 진붉은 꽃을 피웠다.카페집 금손사장님도 화분 부자다. 화분 여러개를 주셨다. 나도 삽수한 꽃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이웃집에 나눠 준다. 미스김 라일락은 가지치기를 할때 잘라낸 것들을 흙에 꽂아만 둬도 잘 큰다. 이웃 옷가게 집 화분이 오래 되어 시들어 죽으면 채송화나 허브 종류들을 심어주었다. 허브 종류는 뿌리 번식이 왕성하다. 구절초나 달맞이 꽃나무도 뿌리 번식이 왕성해 두세뿌리만 심어도 이듬해 봄이면 화분 가득 새순이 돋는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채송화가 예쁘다며 나눠달라기에  화분에  심어주었다. 채송화는 뿌리 없이 곁가지를 잘라 심어도 금방 번식해 잘 자란다. 꽃도 여름내내 피어난다. 병꽃나무도 삽수가 잘 된다. 여러개의 화분에 심어 한길가에 내놓는다. 필요한분 가져 가세요라는 글을 써 함께 놓으면  저녁 되기 전  다 가져가고 없다.


동네 마트 담 밑에 고사 직전의 꽃나무 화분이 여러 개 있었다. 마트 주인에게 가져가도 되냐고 물으니 자기들꺼 아니란다. 주인을 찾으려면 마트 건너 가게들을 수소문 해야한다. 며칠 망설이다 숫기없음을 탓으로 돌리고 그 중 하나를 가져와 골목길 담에 놓았다. 크고 좋은 도자기 화분에 옮겨 심고 정성껏 가꾸었다. 으아리 꽃나무였다. 쑥쑥 자라 가는 줄기가 2미터나 되게 올라갔다. 덩굴손이 잡고 올라갈 줄도 매 주었다. 드디어 꽃이 피었다. 보라색 큰 꽃잎 여섯 장이 가운데 노란 꽃술을 중심으로 찻잔 받침처럼 빙 둘러 넓게 피었다. 골목길이 환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갔다.


그러던 차 저녁에 급히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잔뜩 화가 난 중년 부부가 의기양양하게 서있다.


  “저 꽃나무 어디서 가져왔죠. 가져가면 안 됩니다. 우리 꺼에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가슴이 벌렁거렸다. 민망하고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이웃 집 아줌마들이 나와  집중해서 구경한다.


 “화분 째 가져가세요.”


 얼른 들려 보냈다. 그 화분은 다시 마트 담 밑에 놓여졌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작은 딸과 카톡으로 사연을 말했다. 그래도 민망함과 창피함으로 황망해진 가슴을 가눌 길 없어 일기를 썼다. 인생 칠십 고래희에 버릴 뻔한 내 꿈인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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