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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Mar 31. 2022

뒤따라 다니다

인생칠십 고래희 8

경복궁 뜰

아가를 뱃속에 품게 되었다.그동안 눈에 띄지도 않던 임산부들이 여기도 저기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가 세상에 나왔다.

우주의 중심이 생겨났다.

분유와 우윳병이 줌 인 되어 나타났다.

잘 생긴 남자 아기가 웃고 있는 분유 회사의 달력이 벽에 걸렸다.

아기 옷 가게가 밝은 햇살에 눈이 부셨다

아침 출근 때면 골목 다가도록 들리던 아이의 울음소리가 몇십년이 흐른 지금도 가슴에 쟁쟁하다. 아프다.

어린이가 되었다.

tv 어린이 프로그램이 훙미로워졌다.

만화 주제가가 저절로 불러졌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보다 공부 못하고 친구 없는 아이가 내 아이 같아져 정이 더 갔다.

길거리의 아이도 다 내 아이다.

소년소녀가 되었다.

거리는 교복 입은 청소년들로 넘쳐났다.

스타가 된 전교 1등 아이의 엄마가 어느 위인 못지않게 존경스러워졌다.

매스컴의 뉴스는 별 시덥잖은 것들뿐이다.

대입과 수능 뉴스는 너무도 적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라는 말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교복을 벗었을 때 세상은 참 불공평해졌다.

비로소 기울어진 운동장이 보였다.

학창 시절보다 더한 무한 경쟁 속에 나가 전투를 벌이듯 살아갔다.

어느새 다 자란 아이들은 저쪽 동네 먼동네로 새 둥지를 틀어 떠났다.

어른이 되어 떠났다.

남들을 보며 그들과 발 맞추게 하려 쫓아다닐 일이 없어졌다.

이제 파아란 하늘도 보고 밤하늘의 별도 셀 수 있다.

가고 싶은 곳 맘대로 갈 수 있는 발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어쩔거나 가슴은 여전히 그들로 꽉 차 있다.

시경의 한구절을 떠올린다.

사랑한다면 멀리 있어도 멀다 하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데

어느날인들 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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