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 시선(蘇東坡 詩選)

by 반짝이는 별

은퇴자들에게 무얼하고 지내느냐 물으면 주말농장을 한다는게 단연 1위다. 산에 다닙니다. 손주를 돌봐요. 나도 손주를 돌보고 싶다. 직장 일 하면서 아이들 봐줄 사람이 없어 남의 손을 찾아야했다. 출근 때마다 세상 끝난 것 마냥 울던 아이를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봐줄 손주가 없다. 큰 딸은 비혼주의자다. 일찍 결혼한 둘째 딸은 아이가 오지 않는다. 티비에서 학대당하다 죽은 아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좋은 곳에서 편히 지내렴.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집으로 찾아와 주렴.

소동파는 아이가 태어 난지 사흘 째 되는 날 아이의 몸을 씻어주고 잔치를 벌여 축복해 준다. 바로 세아회를 열고 시도 쓴다.

이몸은 총명으로 일생을 망쳤으니 오로지 아이가 어리석고 미련해 무난하게 고관 대작에 오르기만 바란다.


소동파는 당쟁에 휘말려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다. 한림학사 지제고까지 올라가기도 했으나 최악의 유배지인 바다건너 해남도까지 간다. 정치적으로 불행한 일생을 살았다.

소동파는 북송 인종때 사람이다. 본명은 식 자는 자첨 동파는 그의 호다.

일곱 살에 책을 읽는다. 8세에 향교에 입학해 100 명중 가장 뛰어난 학생으로 천재성을 나타낸다. 아버지는 유학의 길을 떠난고로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역사적인 면에 관심이 많았다. 과거 시험을 주관하던 구양수가 알아본다.

소동파 산문선에 구양수가 세상을 떠나자 구양문 충공 영전에 올리는 제문을 써 슬픔을 나눈다.

소동파의 시는 송나라 때부터 널리 알려졌다. 청나라 학자 왕문고가 소식시집(蔬軾詩集)을 만들었다. 소식은 소동파다. 우리 문단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규보 김종직이 대표적으로 소동파를 추앙했다.

소동파도 주말 농장 가꾸듯 조그만 땅뙈기를 얻어 손수 농사를 지었다. 쌀이라는 시를 쓴다.


쟁기질 하고 씨를 뿌려 얻은 것이 아닌지라

배부르게 먹어도 전혀 맛이 없더니

땅 한뙈기 얻어서 손수 농사 지었더니

지난날의 그릇된 처세가 절로 웃음이 나오고

내 힘으로 먹고 사니 부끄러움이 없어진다.


은퇴 후 오래 하던 주말 농장의 일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하는 재미가 솔찬했다. 거두는 수확도 먹는 재미도 나누는 인심도 즐거웠다. 주말 농장일은 은퇴자에게 매력적이다. 손수 농사 지은 것들을 먹는 행복도 소동파는 귀히 여겼다.

소동파는 물가에 나가기를 좋아했다.

강물을 길어다 차를 끓여 마시고

바가지로 달을 떠서 항아리에 담고

국자로 강물을 덜어 병에 넣었네.

찻물에 이미 비 내리듯 차각이 나부끼매

찻잔에 따르니 갑자기 솔바람이 부는 소리

소동파가 살던 시기 가뭄과 메뚜기떼로 인한 피해로 먹을게 없어 부모들은 아이들을 버렸다. 소동파는 버려진 아이들을 거뒀다. 고락을 같이하며 초근목피로 구기자와 국화를 많이 캐 먹었다. 소동파는 그림에도 일가견이 있다. 당나라의 왕유와 더불어 중국 문인화의 화풍을 정립했다. 대나무에 대해 일필휘지로 그려야 한다는 글을 쓴다.

적벽부는 친구들과 적벽밑의 장강에서 뱃놀이를 한 감회를 썼다. 인생의 무상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문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글이다. 서울의 잠두적벽 부안의 적벽강 파주의 임진적벽등 뱃놀이를 즐기던곳이다.

소동파는 요리에도 일가견을 이루었다. 소동파 산문선에 돼지고기 찬가라는 짧은 글이 있다. 동파육이라는 야들야들한 중국 돼지고기 요리는 소동파가 황주에서 유배생활을 할때 개발한 요리다.



은퇴자들에겐 남는게 시간이다. 인생의 삼분의 일은 일 없이 보낸다. 소동파의 책을 권한다.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으면 지금 이곳은 낙원이다. 도서관에 가면 큰 글자책이 있다. 약시나 노안으로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했다. 나도 그중 하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명 문장가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들이다. 가르치는게 직업이던 나는 똑똑한 아이가 귀하고 사랑스러웠다. 천재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건 축복이다. 사마천의 사기, 이상, 김소월, 윤동주, 백석의 글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리시라. 복을 누리시라.


소동파 시선은 1부 설니홍조( 雪泥鴻爪) 로 인생, 사람 사는 이치를 시로 쓴다

2부는 서호는 월 서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을 노래한다.

3부는 오중지방 농촌 아낙의 탄식을 쓴다. 전원생활의 이모저모다.

4부는 살구꽃 밑에서 가족 친척 친구등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5부는 여지를 먹는 재미를 쓴다. 사는 재미를 쓴 시다.

아무리 고난의 시절이 와도 맘먹기 나름이다.


번역서는 한권만 택해 읽는것보다 번역자가 각기 다른 두세 권을 선택한다. 그중 가장 원본에 가깝다싶은 책을 정해 먼저 읽는다. 다음 나머지 책을 훑어 본다. 번역자에 따라 독자의 선호가 생긴다. 젊다면 영문학을 배우고 싶으나 이미 늦었다. 한자도 천자문을 다 읽고 공부해 직접 읽으면 좋으리라. 行行中行行 가고 또 가고 이렇게 쉬운 한자가 나오면 재미도 있다. 한자도 친절하게 우리말로 음을 달아주어 가끔 소리 내어 읽어본다. 영어 성경도 우리말 성경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경우의 경험이 있으리라. 인칭과 존칭이 우리말보다는 복잡하지 않아서다. 가라사대 말씀하옵시고는 다 say다. 영어는 실사구시적이다. 동생은 성경을 읽으려 히브리어를 공부했다. 서툴디 서툰 몇 글자 정도만 아는 수준이라 원어로는 읽을 엄두가 안 난다. 욕심내어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병행해 읽으려 머리맡에 두긴 했다. 번역자들의 수고가 하늘만큼 땅만큼 고맙다. 번역자들의 공헌은 작가 못지않다. 읽기 힘든 책을 수험서 보듯 읽지 않아도 된다. 즐겁게 재미있게 읽고 싶다. 어려운 부분은 그냥 넘어간다. 언젠가 다시 읽어보면 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을거라 미뤄둔다. 은퇴자에게 주어지는 새털 같이 많은 날을 책과 친해지길 바라 블로그를 만들었다. 챙피하고 무안하고 말할 수 없이 부끄럽지만 책을 읽는 복을 누리시길 바라 감히 세상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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