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걸어온 인생의 속도
“같이 가”
아무래도 축지법을 사용할 줄 아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리 빨리 가겠는가?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파는 순간 휙 날아가버리기에 주의를 기울인 채 쉬지 않고 박자를 맞춰야 한다.
하나 둘, 하나 둘
점점 숨이 차오른다.
그녀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또 날 앞질러 등을 보여준다.
세월이 흘러도 빠른 속도는 여전했다.
그녀는 언제나 거침없었다.
무엇이든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행동하고 빠르게 바꿔버리는 그녀였다.
“이사 간다” “버린다 “ ”간다 “ “이혼한다”
뭐든 말만 나오면 바로 실천해 버리는 화끈한 그녀였다.
지금보다 더 느린 어린 시절엔 버거웠던 속도지만 이젠 그 빠름이 그녀만의 매력으로 느껴진다.
뒤도 안 돌아보고 걷는 그녀에겐 뒷 끝이란 없다.
참으로 명쾌하면서도 단순하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빠른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빠르게 걷지 않으면 보일 여러 가지 불안들을 마주하기엔 현실이 시간을 마련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상황이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 빠르네?”
나도 이젠 많이 컸나 보다.
제법 그녀와 속도가 맞는다.
언젠간 내가 그녀를 앞지르는 날이 오겠지.
그녀의 발걸음에도 세월이란 무게가 담겨 느려지는 순간이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빠른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엄마야 계속 그렇게 날 앞질러 줘.
그 속도가 늦춰지지 않길 바라며 그녀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