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모일기] 엄마의 움직이는 성

또 바뀌었네?!

by 래미

우리 집은 늘 낯설었다.

분명 어제랑 같은 주소인데, 집에 들어서면 가구 배치가 달라져 있었다.

소파는 어느새 벽 쪽으로 옮겨져 있고, 내 책상은 창가로 밀려나 있고,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물건이 온데간데없기도 했다.


엄마는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다.

가구, 조명, 커튼, 옷장, 심지어 식탁 위치까지도

엄마의 손끝 하나로 하루아침에 새롭게 태어났다.


그에 비해 나는,

익숙함 속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이었다.

익숙한 위치, 익숙한 풍경, 늘 있던 자리에 늘 있던 물건이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제발 좀 바꾸지 마.”

그렇게 말해도, 학교 다녀오면 내 방은 늘 낯선 방이 되어 있었다.

하나씩 사라지는 내 물건들,

그리고 변해 있는 공간이 주는 불안감은

어릴 적 나를 자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집은 쉬어가는 곳이라 믿었는데,

엄마에겐 집이 늘 ‘새로움을 발견하는 장소’였던 것 같다.

움직이지 않으면 답답하고,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숨이 막히는 사람.

엄마는 마치 자신만의 성을 매일 새롭게 짓고 해체하는

진짜 ‘움직이는 성’ 속에서 살고 있었다.


어릴 땐 그게 불안했다.

내일 또 뭐가 바뀔지 모르니까,

오늘 익숙한 게 내일은 없을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이제는 문을 열 때마다 ‘오늘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고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한다.


엄마의 손은 참 신기하다.

이것저것 버리고, 해체하고, 붙이고, 조립하고…

혼자서도 거뜬히 공간을 바꾸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오는지,

어디서 그런 구성이 나오는지,

이제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엄마는 여전히 바쁘게 성을 움직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성 안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중심을 맞출 줄도 안다.

무언가가 달라져 있어도 놀란 기색 없이,

그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어엿한 ‘움직이는 성’의 주민이 되었다.


오늘도 움직이는 엄마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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