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초콜릿

by 아침해

이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보고 싶은 중학교 국사 선생님 있다.

선생님은 옷을 참 잘 입으셨다.

그래서 선생님 가족 중에 디자이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었다.

눈에 띄게 예쁜 얼굴은 아니셨지만, 옷차림 때문인지 그마저도 개성 있는 얼굴로 느껴졌다.


중학교 2학년 때 일이었다.

체험학습에 가기 싫어서 '집에 돈이 없다'는 거짓말을 했다.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이 따로 불렀다.


“선생님이 체험학습 비용 내줘도 괜찮겠니?”


당황했다.

그리고 또 다른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엄마가 아프셔요.”


조용히 서랍을 여시더니 수입 초콜릿 한 상자를 꺼내 주셨다.


“어머님께 가져다 드려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 백 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진짜 내가 돈 없어서 못 간다고 믿으셨겠지?’

‘혹시 내 거짓말을 눈치채셨을까?’

‘엄마한테 전화하시면 어쩌지?’


실타래처럼 엉킨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초콜릿을 던지 듯 드렸다.


“선생님이 주셨어. 엄마 드리래.”

“왜?”

“내가... 엄마 아프다고 했거든. 그랬더니 주시더라고.”

“와~ 고마운 분이네.”


늘 두통으로 약을 드시던 엄마는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따지지 않으셨다.

그냥 초콜릿 한 상자에 싱글벙글 좋아하셨다.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체험학습 가야 하니까 돈 좀 줘.”


한 조각 베어 물어 물은 초콜렛은 쌉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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