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대신 월세 재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엄마가 요양병원으로 옮기신 뒤, 그 집은 한동안 숨을 죽인 듯 고요히 닫혀 있었다. 텅 빈 공간을 병원비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고쳐 꾸미고, 처음으로 월세라는 것을 놓았다. 낯설고 조심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마음 졸임도 벌써 두 해가 지나가 버렸다.
신기하게도 엄마의 병원비와 월세는 꼭 맞아떨어졌다. 엄마의 통장 잔고는 늘지도 줄지도 않은 채, 그대로 시간을 멈춘 듯 머물러 있었다. 그 평온한 숫자들이 마치 엄마의 숨결을 붙잡아 두는 것 같아 안도하면서도 쓸쓸했다. 세입자는 참 고운 신혼부부였다. 불만 한 번 없이 집을 아껴 쓰는 사람들이었고, 이번에도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이 스며드는 순간, 부동산 사장님이 “이젠 월세를 조금 올려도 괜찮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일은 별 탈 없이 흘러갔다.
지난번처럼 계약서에 엄마의 도장을 찍고, 그 옆에 내 이름을 나란히 적었다. 특약 사항도 전과 다를 것 없었다. 달라진 건 오직 조금 오른 월세뿐이라 여겼는데, 사실 하나가 더 있었다. 새댁이 남산만 한 배를 둥글게 안고 있었다. 다음 달에 아이가 태어난 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엄마의 집에 새로운 생명이 찾아오고 있었다. 병원에 누워 계신 엄마의 집, 그 자리에 이제 작은 아기가 들어온다.엄마의 온기가 남아 있는 벽과 창문과 바람이, 새 생명을 포근히 품어주리라.
“엄마, 당신의 따스한 보금자리를 잠시 아가에게 빌려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