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사람

영등포 병원 6층에서 만난 간호사

by 아침해


엄마의 간병인이 되었다.

주중에는 동생이, 주말에는 내가 간병인이다.
이 병원의 4인실은 위치에 따라 차지하는 공간이 다른데 우리 쪽은 화장실 옆이라 매우 공간이 협소하다.
환자 침대와 간병인 간이침대 사이에 30센치폭의 공간만이 허용된다. 그 틈을 비집고 간호사가 들어오면 냉큼 다리를 들어올려 간이 침대로 옮겨놔야 한다.

밤 10시가 되어도 아무도 불을 끄지 않는다.
어제 상황을 물어보고 싶어도 곯아 떨어질 동생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아 혼자 머리를 굴려본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방 전체 전등을 꺼버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작 다들 불을 끄기를 원했는지 아니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4인실에 불이 꺼져 편하게 눈을 감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새벽에 엄마에게 호흡기 치료를 해줘야 한다.

호흡기 마스크에 2종류의 약을 번갈아 넣어 증기를 마시도록 하는 것인데 펌프는 매우 시끄러워서 4인실에 있는 모든 환자와 간병인은 30분 정도 새벽 2시에 펌프소리를 이겨내야 한다.

미안한 마음에 펌프가 돌 때는 최대한 이불로 펌프를 덮어놓는다.

그나마 트랙터 지나가는 듯했던 펌프 소리가 착해졌다.





간호사들이 하루에도 3~4명이 번갈아 온다. 3교대를 하는 덕분이기도 하고, 드레싱 하는 간호사 혈압 재는 간호사 약주는 간호사 모드 하는 일이 달라 보였다.

어제 새벽에는 잠들어 있었는데 간호사가 들어와 있는 것도 몰랐다.

보통 간호사들은 본인의 처치를 위해 방의 불을 훤히 밝히는데, 이 간호사는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고 혈관에 꽂힌 주사를 보고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아니에요 주무세요."하면서 나를 만류했다.
의심 나는지 계속 혈관 의 핏방울과 영양제가 섞인 액을 이리저리 눌러보더니 안 되겠다며 다시 혈관을 찾아 주사를 놓겠다며 주사를 준비해 왔다.

마침 가지고 있던 독서용 플래시를 작업하기 좋게 간호사에게 비춰줬고,간호사는 엄마의 괴성 소리에 미안해하며 혈관을 한 번에 찾아서 다시 관을 연결했다.
간호사는 주사를 정리하고 의무기록을 적은 뒤 위생장갑을 끼고 소변통을 비우려고 했다.


"아니 이건 제가 할게요"

보통 간호사님들은 나보고 하라고 여러 번 시켰는데, 이 간호사님은 직접 했다. 의아했다.


"제가 통에는 담았으니 보호자님이 버려만 주세요."
그렇게 통을 남겨 놓고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다.
"소변통을 반대편으로 옮기시는 게 편할 거예요"

그제야 생각이 났다.
낮에 어느 간호사님께 말씀드렸는데, 급하지 않아서 재촉하지 않았건만 이 간호사님은 알아서 간병인이 일하기 쉽도록 소변 통을 옮겨놔 주셨다.
별것도 아니지만, 야심한 밤에 나의 심장은 고마움에 방망이질 쳤다.




병실 사람들이 표정이란 게 없다.
간호사들도 무표정이다.
그 안에 역시 나도 다를 게 없다.
플래시 간호사님은 아무 표정이 없었지만,
예쁜 말과 예쁜 손짓과 예쁜 배려로 모든 것을 다 예쁜 것으로 바꿔버렸다.
이렇게 예쁜 사람을 영등포 어느 병실에서 만나버렸다.


다음 날 예쁜 사람은 퇴근했고, 다시 현실의 무표정속으로 바쁘게 역할들을 하고 있다.

동생과 교대하고 집에 왔다.
당분간 예쁜 간호사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남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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