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때마다 그 모양이 다르듯이

별 것 아닌 사물에 의미부여를 하며

by 무름

새벽이 찾아온다. 밤공기는 차갑고, 그만큼 고독하다. 시 한 편을 읊고 싶은 달빛 아래에 서 있지만, 그런 재주는 없어 이 마음을 산문으로 대신 남긴다.


손 끝에 붙어있는 담뱃재가 알맞게 떨어져 나간다. 그러다 때때로, 두 번째의 줄담배를 필 때에는 그 담뱃재가 끝까지 털어지지 않다가, 한 번에 우수수 떨어져 나가곤 한다. 별 것 아닌 담배를 보고, 문득 인생의 아픔이 떠올랐다.


첫 번째 담배처럼 별 탈 없이 지나갈 때가 있는 반면, 두 번째 담배처럼 끝까지 늘어지다가 한 번에 해소되는 것들이 있다. 난 언제나 똑같은 속도와 힘으로 담뱃재를 털어내지만, 담배마다 그 재의 모양이 다른 것이다. 내가 아무리 성실하게 재를 털어내도, 그때마다 다른 시련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나는 또다시 담배를 문다. 그 모양이 다르더라도,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와도 난 이미 삶이란 것에 중독되어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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