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둘이서 다가온다.
키 큰 친구, 키 작은 친구.
얼굴이 까무 잡잡하고 매력 있는 친구, 얼굴이 하얗고 고운 멋진 친구.
수줍음 많이 타 한 곳에 머물러있는 친구,
다른 친구는 이곳저곳 어울려 어깨동무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친구도 있다.
물기가 필요해,
난 습지가 좋아 외치며, 밖보다 안을 더 사랑하는 내향성 친구도 있다.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을 품으며 스스로 와주는 고요 속에 외향성 친구.
물도 좋다, 뭍도 좋다.
너와 나의 관계를 잘 이어가며 건조한 곳에서 자리하며,
쾌지나 칭칭 하며 어우러 지는 그는 나를 만나 8,9월까지는 기다려,
약속하며 떠난 친구도 있다.
한 친구는 10,11월이 오면 나중에 보자, 기약하며 아쉬움을 건넨다.
굵고 뻣뻣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친구.
겉은 가늘고 군락지를 이루고 역광 속에 비추어지는 그의 아름다운 자태는,
역시 바람에 흔들리는 결이 누구에게나 환호를 받는다.
햇볕이 없을 때는 그의 자태는 희미하게 보이지만,
속은 날카로운 칼날을 갖고 있는 억새!
억새는 역시 햇빛에 보아야, 뒤태의 아름다움이 환상이다.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면서 토양 침식에 안정을 주는
자기만의 본분의 역할을 다하는 갈대.
나는 세상에서 갈대인가? 억새인가?
내 삶 안에서, 갈대와 억새가 함께 자리하고 있고
부드러우며 날카로움이 나와 같이 생존한다.
두 가지 성향을 갖고 사는 나는 혼자이기에 잠시 멈추어본다.
사계절의 인생에서 벌써 다 가는데, 그동안 일구어 놓은 것이 무엇인가?
민둥산에 투실 투실 피어 예쁘게 자리한 그의 모습은 날이 밝으니,
시야가 어마어마하게 펼쳐져 소리쳐 본다.
그늘 속에 갇혀 있었던 옛 시절 지금은 햇볕과 동행하며,
자연이 주신 사랑에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혼, 육체도 건강하게 말이다.
지나온 시절 회상 해 보며, 뒤돌아보고 산중턱을 본다.
산 사이에 푸른색 자연이 아니라, 할아버지 흰 수염 같은 하얀 색깔!
청명한 가을 하늘 푸른색의 하얀 솜털 같은 민둥산의 억새는,
하늘 아래서 어울림 마당을 만들고 칼 춤추며, 나를 평화 속에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