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천장 아래 펼쳐지는 맛의 향연

⌈마음의 맛을 일상에서 길어 올린다.⌋

by 금송

하늘을 덮었던 어두운 날들이 지나고, 땅 위엔 새로운 날들이 온 오늘.

정겨운 아침 햇살에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지난 두 달 동안 일상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맛보았던 날을 보내고,

오랜만에 노래교실로 가는 날이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마음 한 구석이 못내 무겁다.

미안하고도 그리운 마음을 노래책과 함께 가방에 담아,

가벼운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같이 가는 언니와는 오늘 벌써 네 번째 만남이고,

시절 인연, 언니에게는 노래교실 첫 발걸음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마주 잡고 둘이 걷는 길.

언니는 기대 반, 서먹함 반이 섞인 날이겠지?

노래 교실 문을 열자 사람들이 반긴다.

강사님도 역시 즐거운 표정으로 얼굴을 내밀며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노래가 시작된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 멋을 내고,

저마다 노래 맛을 내며 흥겨운 시간이 흐른다.

어느덧 근심, 걱정은 씻은 듯 사라지고,

입가에는 무언의 엔도르핀이 감돌며 모두 하나가 된다.

만남 하나의 진풍경이다.

나이의 위아래도, 없이 무아지경에 빠져 든다.

시름도 잊은 채 에너지가 충전된다.


반가움에 나에게 마이크가 왔다.

얼마 전만 해도 주저 없이 잡았던 마이크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살아오며, 처음 겪는 목소리의 변화가 당혹스럽기만 하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는 쉼이 필요하거나, 상처 입고 꺾였을 때 회복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난초에 한 잎에 꺾이거나 흠집 나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지만, 내 목소리가 다시 돌아올 새날을 묵묵히 기다려 보려 한다.


점심을 먹으러 보리밥 집으로 갔다.

갖가지 음식들, 맛깔스러운 음식이 우릴 흥미롭게 이끈다.


나물 반찬 열 가지, 청국장, 순두부.

무심히 바라보며, 자신의 의미를 부여해 본다.

부드러운 음식, 매운 음식, 상큼한 맛, 새콤달콤한 맛, 매콤 새콤한 맛,

이 맛 들은 내 몸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때론(病中) 버려지기도 한다.


입천장(口內天)은 주인이 계신 곳, 혀와 맛 닿아 온갖 맛을 다스리는 방이다.

만약 다른 맛이 끼어들어 본연의 맛과 풍미를 해치거나 변화시킨다면,

음식은 버려지거나 스스로 본연의 맛을 감추고 음식 스스로 튀어 나간다.

볼 안쪽 다람쥐의 볼처럼 소중한 도토리 방이다.

도토리 방에서 풍성한 음식들은 저마다 맛을 뽐내는 어울림 마당이다.


잇몸과 이빨은 맛을 빚어내는 주방장이다. 음식을 부스고,

즙을 내는 주방장의 칼질 소리가 맛과 소리를 온몸으로 퍼지며,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한 마당이다.


혀는 보리밥과 같은 소박한 옛 음식을 나와 하나가 되어 온갖 맛을 끌어내며

내 마음 깊은 속까지 보내주는 찬사다.

이곳에는 달고 짜고 신맛을 부드러운 연한 목구멍으로 넘겨,

기분(氣分)이 배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맵고 쓴맛에 스스로 밀어내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 음식을 내치는 정직한 마당이다.


그래, 역시 즐기며 살자, 먹고 마시자 만나고 웃자.

매 순간 단순하게 복잡하게 살지 말고 단조롭게 채워 가자.

그냥 있는 그대로, 그냥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가자.

앞만 보고 욕심 것 살아온 나, 지난날 생각과 마음에 미안함을 건네 본다.

곁에 있을 때 잘해라, 무엇인지 깨닫게 한 시간들이다.

난초 잎 하나가 꺾였다고 해서 쉽게 시들 수는 없지 않은가.

물기 마르고 추위를 이겨낸 모진 난초가 마침내 고운 자태를 품고

그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 채우듯이, 우리도 일상의 소중한 맛을 길어 올려

새로운 향기를 누릴 날을 기다리며 서로 두 손바닥 가만히 맞잡은 채

무언의 대화 속에 마음을 담아 두레박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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