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 살구 클럽 - 한로로 : 손

by 포미
0+0 - 한로로
책이 너무 귀엽게 생겼다


아주 어린 시절, 우리 집 골목에는 '목련화길'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어 있었다.

4월이면 하얀 꽃들이 집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봄임에도 겨울처럼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던 곳이었다.


목련 사이로 화사한 햇빛이 비치는 골목을 걸으며, 나는 한 손에 실내화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화사한 배경과 다르게 나는 마음속으로, 내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힘이 굉장히 센 어른이 등장해 내 마음을 알아주고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대가 되고 30대가 된 지금도, 마음 아픈 10대의 목소리가 혹시라도 들린다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세상은 비정하게도 그런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할 만큼 우리를 바쁜 일상에 내몰곤 한다.

그럼에도 만약 퇴근하는 길, 누군가 내 손을 잡고 "도와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온 마음을 다해서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그때 내 작디작은 마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아이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들어주는 것 말고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조차, 혹시 이기적인 건 아닐까.


"우리는 시련이 없는 주인공보다, 고통과 고뇌가 가득한 주인공을 더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듯 멀리 있는 타인에게 우리는 자신의 아픔을 쉽게 투영하고 연민하기 때문이다.
혹시 나도 그런 마음은 아닐까.


한로로의 자몽 살구 클럽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나의 마음이 불쑥 글자 위에 떠올랐다.


이 책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함께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라는 아스피린은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주는 책.

이기적인 마음으로 하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다.

해줄 수 있는 것은 말을 들어주고 손 잡아주는 것, 그리고 이 책은 그 을 책으로 만든 것 같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다.

마음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통용되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다.


한로로의 좌우명인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을 먼저 하라."처럼 책 전체가 그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 때의 어린 내가 자몽 살구 클럽에 가입해서 사랑받았고 위로 받았다고 한로로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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