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by 포미
한로로 - 입춘

오늘은 입춘이다.


아침 출근길에 습관처럼 외투를 두껍게 입고 나선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더니 손이 더 이상 추위에 시리지 않다.

글쎄, 그래도 입춘이 반갑지 않다.

겨울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여름이 오는 것보다 조금 아프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겨울이 낫기에.


출근하자마자 1층에서 경비원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다.

아저씨는 항상 나를 쳐다보고 계신다.

나와 언제 대화를 할지 모른다는 눈으로 나에게서 시선을 오래 떼지 않으신다.

나도 아저씨와 대화하는 게 좋다.

조급한 날은 아저씨의 눈을 피해 인사만 건네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급급하지만 오늘은 눈을 마주친다.


"날씨가 많이 괜찮아졌지?"
"네, 오늘은 확실히 덜 춥네요."
"곧 얼마 안 있으면 영하 9도까지 떨어진대"
"아, 정말요? 모르고 있었어요. 감사해요. 여기 1층은 많이 추우시죠?"
"위층은 덥다고들 하는데 여기는 추워서 껴입을 수밖에 없어"


아저씨 손에 핫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인사한다.

"오늘도 고생하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자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장 먼저 마주친 개발팀 직원이 나에게 묻는다.


"안녕하세요. 책을 읽으면서 오시네요. 무슨 책이에요?"
"제목이 특이하고 의미심장한데 재미있어요. 곧 반납할 테니 한번 읽어보세요"


출근 기록을 하고 사내 카페를 간다.

인사팀과 기획팀이 아침에 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다.

은근하게 껴서 일상 대화를 나눈다.

따분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은 응당 그래야 하는 과정인 것인지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오히려 내가 생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대화가 끝날 때 인사팀 직원 분께서 나에게 인사를 하신다.


"우리가 아침에 모일 때마다 참여해 주세요, 프로님"
"네, 좋죠."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에어팟을 꽂은 채 밥을 먹고 있으니 영업지원팀 직원이 다가와 묻는다.


"프로님, 왜 이렇게 쓸쓸하게 먹어요."
"아닌데, 저 행복해요."
"재경팀이랑 먹을 건데 같이 먹을까요?"
"그럴까요?"


짧았던 점심시간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간다.

일하기 전에 친한 직원들에게 첫 봄 인사가 하고 싶어 져서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은 입춘이래요. 다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이내 곧 추울 테니 감기 조심하라는 인사가 되돌아온다.


오늘은 굳이 외투를 안 입어도 될 만큼 따뜻해서 외투를 의자에 걸어놓고 반팔 차림으로 오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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