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나에게 삶을 선물했다

한걸음을 내딛는 힘

by 달리는 이노력

어릴 때부터 나는 운동 젬병이었다. 모든 스포츠와 담을 쌓았던 나는 어린 시절 축구를 할 때 수비 측에 망부석처럼 서서 반대편 골대를 바라보던 그런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과 스포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열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랬던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 내게 건넨 친구의 제안 덕분이었다. 잡념을 사라지게 하는 데는 달리는 게 최고라고.

잡념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생각에 잠겼다.


가정에 슬픈 일이 생겨 멘털이 약해진 나는 과호흡이 찾아왔고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아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언제나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이었던 나는 잦은 스트레스와 동시에 살이 찌게 되면서 가족력이었던 높은 당뇨 수치와 신장결석, 요로결석이 함께 찾아왔다. 응급실도 4번 실려갔다. 고통은 말로 설명을 할 수 없었다.


하루는 출장 중이었다.

당시에 출장지가 충남 서산 쪽이었는데, 일하는 도중 눈앞이 노래졌다. 유경험자인 나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요로결석의 신호였다. 요로결석이 또 재발하여 직장 후배가 나를 데리고 서산시내의 비뇨기과에 데려간 기억이 있다. 비뇨기과에 도착한 뒤 바로 체외충격파 쇄석술(몸밖에서 충격파를 이용하여 결석을 분해하는 시술)을 급하게 받았다. 부풀어 오르던 신장을 부여잡고 잠잠해지자 그제야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다.


"초음파로 확인된 신장결석이 총 7개입니다."


adrian-swancar-roCfgvkBLVY-unsplash.jpg


7개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요로결석 하나도 겨우 제거했던 내가 저놈들은 언제 내가 다 빼내지 하고 말이다. 선생님은 뱃살이 축 늘어진 내 배를 보시더니 덧붙여 말하셨다.

"살을 빼셔야 하고요. 좀 움직이셔야 합니다. 걷기, 달리기.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해요."

의사 선생님이 자리 뒤에 붙여진 사진을 가리켰다. 마라톤에 참가한 의사 선생님의 사진들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분은 달리는 비뇨기과 의사로 매스컴에도 몇 번 소개된 유명하신 분이셨다. 본인의 직업을 더욱 전문성 있고 빛나게 만들었다는 게 한편으로는 대단하고 멋있었다. (여담으로 1년에 한 번 정도 해당 비뇨기과에서 단체 안부 문자가 온다. 그래서 나는 이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이후에도 치료를 받으며 천천히 걷기를 한지 얼마 안돼 친구에게 제안을 받은 것이다. 머릿속에서 의사 선생님의 얘기가 스쳐 지나갔고 친구의 말과 겹쳐졌다. 나는 그들을 믿기로 했고, 한걸음을 시작으로 실천을 했다.

KakaoTalk_20220606_113836835.jpg 새벽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새벽과 야간을 넘나들며 꾸준하게 달렸다. 너무 힘들어 1분도 뛰지 못했다. 걷고 뛰기를 매일 반복했다. 무리하지 않고 힘이 들면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달렸다.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약 2년 뒤, 나는 10km를 1시간 내에 완주하는 몸이 될 수 있었다.

현재 내 몸에는 결석이 하나도 없다. 1년에 1번 근처 비뇨기과에 결석 확인차 꼭 초음파를 확인한다. 그리고 총 17KG을 감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담배도 쉽게 끊었다. 달리기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슬림하고 근육 있는 몸매로 돌아온 나는 달리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운동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달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도 자연스레 받게 되었다. 정말 달리기를 하면서 글을 쓰고 내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달리기로 만들어진 건강한 정신은 내게 자존감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이 자존감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하는 일이 잘 안 되는가?
목표에 다가가기 힘든가?
생각에 생각을 파고들어 쓸데없는 고민을 나열 중인가?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는가?
생기지도 않은 일을 벌써 걱정하고 있는가?


이 모든 해답은 바로 움직임이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실천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 그 움직임에 원초적인 것이 걷기, 달리기이다. 브런치에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분명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고 나 자신을 바꾸고 싶은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빠를 필요는 없다. 나를 바꾸기 위해 오늘부터 천천히 달려보는 건 어떨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