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초능력
히어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최고의 무기를 얻기까지의 시련을 담은 장면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최고의 무기를 얻은 주인공은 빌런을 멋지게 제압한다. 사이다 같은 극적인 장면에 팬들은 환호한다. 이건 멋진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최고의 무기를 얻은 놀라운 이야기이다. 나의 무기는 토르의 망치도,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도,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도 아닌 ‘습관’이라는 초능력이었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겁이 많았고, 눈물도 많았다. 어릴 때 난 애써 강해 보이는 척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회사를 입사했을 때는 더 큰 관문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학교에는 친구들이라도 있었는데, 사회생활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윗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선배에게 미움받지 않으려 애를 썼다. 매사에 거절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긴장을 늦출 수도 없었다. 또 실수를 하기가 두려워 하나하나 신경을 쓰며 매일 일을 했다. 어렸던 나는 회사에서 YES맨이었다. 선 YES, 후 처리였다. 이게 나의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첫 단기 목표인 내 집 마련의 길을 향해 돈을 꾸준히 모으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10년이 조금 지났을 때 내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해온 시간만큼 나의 자존감도 함께 추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점점 작아졌고, 사람들도 나를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의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비로소 느꼈다.
나에 대한 보상보다는 허탈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기억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경험들이 자꾸 날 괴롭게 했다. 나름 여러 가지를 많이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나의 창창한 20대 청춘을 회사에 뺏긴 느낌이었다.
나는 왜 일하고 있는 걸까?
어릴 때 난 무슨 생각으로 살았을까?
이대로 난 괜찮을까?
난 잘하는 게 있을까?
쓸데없는 생각들 사이에서 나는 천천히 제한된 신념에 파묻혀 가고 있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노랬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었다. 건강에도 결국 적신호가 왔다. 나는 바뀌기로 결심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였다. ‘나는 앞으로 변화를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라고 막연한 생각을 했다. 이 말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나에게 직접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목표를 잡았다. (목표 : 나는 살을 뺄 것이다. 다시 건강한 몸을 되찾고 싶다.)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나아가려면 우선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긴 여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날 때마다 걷기를 먼저 시작했다. 이게 자랑스러운 나의 첫 번째 습관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걷기를 목표로 습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점점 거리는 늘어갔고, 자연스레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운동에 소질 없던 내가 10km를 1시간 안에 뛰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던 나는 글쓰기를 두 번째 습관으로 결정했다. 이후로도 여러 가지 습관들이 생겼다.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습관들을 정리해보았다.
일찍 잔다.(11시 전)
일찍 일어난다.(5시 30분 기상)
일어나자마자 잠자리를 정리한다.
물을 마신다.
양치를 한다.
명상을 한다.
스트레칭을 한다.
달리기.(휴식,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걷기)
씻기.
아침식사 (참치캔 1, 잡곡밥)
└ 식사 후 시간이 남으면 독서를 한다.
출근
이것이 나의 매일 아침 루틴이다. 아내와 딸은 이 루틴을 끝내도 아직 꿈나라에 있다. 저녁은 루틴 없이 유연하다. 퇴근하고 아내와 딸이랑 즐겁게 놀고, 딸이 잠에 들면 11시 전까지 글을 쓰고 근력운동을 한다. 글쓰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쓴다. 어떤 글이든 상관없다. 조금이라도 적어야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 달리기로 건강한 정신을 만든 다음 글을 꾸준히 썼더니 진정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게 나의 하루의 전부다. 이런 루틴을 만들어 준 최고의 무기는 습관이다. 습관의 시작은 행동에서 온다. 나는 이 습관으로 내 인생을 바꿨다. 한 가지 후회하는 것도 있다. 바로 데이터를 제대로 쌓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과 후를 비교할 수는 있지만, 지금껏 내가 해온 데이터를 더 소중히 쌓아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게 되었다. 그래서 늦기 전에 다른 플랫폼에 나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하여 ‘나와 가족을 위한 기록’이다. 나는 습관을 통해 자연스레 여유 로워 졌고, 더 이상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회식이 잡혀도 나는 술을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으며 좋아하던 담배도 한 번에 끊었다. 상사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에게 바랬던 기대도 모두 내려놓았다. 이렇게 살았더니 주변에는 정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난 꾸준히 단기 목표를 이루었고 필요한 것은 다 가지고 있는 부족함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사소한 발걸음과 끄적거림이 나에게 기적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세상에 기여하고 싶고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한뜻을 지닌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것이 현재 나의 목표이다. 이 멋진 초능력을 ‘생각보다 힘들어’라고 하는 사람은 행동을 실천하지 못한 사람이다. 생각보다 힘들다는 말은 자신의 한계를 그만큼 쉽게 생각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간단한 행동부터 시작하면 된다. 펜을 들기. 신발을 신기. 세수하기. 사소한 행동은 차고 넘친다. 그렇게 유혹을 뿌리치고 습관을 만들다 보면 당신도 분명 바뀔 수 있다. 또 지나간 아픔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목표를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