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깜빡이를 켜줘서 고마워

사소한 친절로 남을 기쁘게 하는 법

by 달리는 이노력

나는 평소에 화를 내지 않는다. 아니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확언을 하며 마인드셋을 한다. 오늘 하루를 긍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출근길부터 나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위협하는 게 바로 운전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얌체운전을 하는 얌체족들이 꽤 있다. 솔직히 초보운전 같은 경우는 100번 이해한다. 하지만 끼어들기와 난폭운전을 하는 운전자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올라오는 화를 침을 꿀꺽 삼킨 다음 다시 내려가게 한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를 달래 본다.

'정말.. 왜 저렇게 난폭하게 운전할까?

'저분들은 바쁜 일이 있을 거야. 하지만 위험한데 조심했으면 좋겠다.'


이게 최대로 좋게 생각한 결과다.


결국 조심성 없는 난폭운전은 이기심에서 오는 행동이다. '나는 저렇게 운전 안 해야지'라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기분 좋은 하루가 되는 경우도 분명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호. 비상 깜빡이 때문이다. 원래는 방향지시등이지만 비상등 버튼을 누르면 함께 점멸이 된다. 위기 상황이나 감사함을 전달하는 드라이버들 만의 땡큐 사인이다. 비상등 혹은 비상점멸등이 맞는 표현이지만 나는 비상 깜빡이가 더 친숙하고 귀엽다.

나는 평소 양보운전을 하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도 속력을 내지 않는 타입이라 과속도 하지 않는다. 확히 말하자면 과속을 하고 싶어도 무서워서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나는 자주 비상 깜빡이를 선물 받는다. 사실 내가 양보를 해도 비상 깜빡이를 안 켜주는 운전자들도 아주 많다.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본인의 리듬에 맞게 기호에 맞춰 사용하는 싸인일 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감사의 비상 깜빡이도 꼭 잊지 않는다. 내가 만약 깜빡하고 감사를 안 해주면 와이프가 자동으로 땡큐 사인을 보내준다. (나는 참 결혼을 잘한 것 같다.)


얼마 전 일이다. 퇴근길에 와이프가 부탁한 걸 사려고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좌회전 신호를 받으려고 줄을 서고 있는데, 한 자동차가 미숙한 운전으로 좌회전으로 들어오려는 게 아닌가. 직진 차선에서 기다리다가 길을 잘못 든 걸로 보였다. 운전자는 그제야 좌회전 신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겠지. 결론은 중간에 내가 양보했다. 직진 도로가 엄청 쌩쌩 달리는 도로이기도 했고, 당황하는 기색이 자동차 운전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앞을 달리던 자동차는 목적지에 도달했는데 나랑 같은 마트에서 주차하는 게 아닌가. 뭔가 어색하고 부끄러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차에서 내려 마트 입구로 가려고 했다. 그때 우리 아버지 또래로 보이시는 중년의 어르신께서 내게 오셨다.


-"안녕하세요~! 아까 양보해주신 차주분이시죠?"

-"아.. 네!"

-"저희 딸이 이 근방에 사는데 제가 운전이 미숙해서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까는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내손에 박카스를 한병 쥐어주셨다. 아버지 또래의 어르신이 내게 이렇게 다정하게 얘기해주신 적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만 같았다. 내 주변에는 무뚝뚝한 어르신이 많아서 그랬나 보다. 다행히 나를 의도적으로 만나러 온건 아니셨다. 우리의 조우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다. 30초도 안 되는 대화에서 나를 보고 공손한 사람이라고 칭찬도 해주셨다. 인품에서 빛이 나는 분이셨다. 나도 이런 사람이 돼야지 하고 다짐해본다. 차 안에서 꺼낸 준비되어있는 박카스 한 병이 그를 더욱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행복한 선물인가.


도로에서 운전을 하면 정말 여러 가지 상황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게 된다. 매너 없는 상황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결국 운전대라는 붓을 잡고 도로를 색칠해 나가는 건 '나 자신'이다. 이왕 그리는 거 되도록이면 예쁜 그림이 좋지 않을까? 내가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 언젠가 내 마음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꼭 생기더라. 그렇게 나는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비상 깜빡이를 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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