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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Nov 07. 2022

책들의 시간 9_시선으로부터의 자유

# 저 청소일 하는데요?_김예지 글 그림_21세기 북스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물어볼 때가 많다. “꿈이 뭐니?” 이렇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을 겪은 20대 후반의 젊은이가, 하고 싶은 일로 생계를 책임지기 힘들 때 선택한 일과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느끼는 마음,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화책이다. 작가의 꿈은 학창 시절, 디자이너였고,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선택한 직업은 청소일을 하는 사람이며, 지금은 작가의 표현을 빌려 ‘청소 일로 돈 벌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이다. 책의 마지막까지 참 알차게 내용이 쓰여있다.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1. 직업에 대한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의 극복. 

    

  나는 청소를 정말 못한다. 물론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손에 익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청소하는 시간에 비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 청소 후 스스로 우울에 빠지는 순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청소가 싫다.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와서 청소해주시는 분이 있으시다. 식구도 단출하고 집도 작은데, 굳이 청소를 시키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남편도 있지만, 나는 꿋꿋하게 청소를 부탁한다. 이제는 오랜 시간 우리 집 청소를 해 주셔서, 청소하러 오신다 가신다 말하지 않으셔도, 매주 그 시간엔 우렁각시 마냥 청소해 주시고 가신다. 물론 비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내 옷은 사진 않더라도 청소는 꼭 부탁하고 싶다. 그래서 내겐, 청소를 해 주시는 그분이 참 고맙다.

  이 책의 작가는 26살에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어머니와 함께 청소일을 하게 되었다. 건물 계단이나, 사무실 등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직업을 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명함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에게 선뜻 청소 일을 한다 말하지 못하는 것. 그건 작가 스스로도, 그리고 청소 일은 왠지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이 직업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에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본 사람들이 작가의 대답을 듣고 ‘신기한 일을 하네요’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게 아직 우리 사회의 시선인 것이다.

  보통 꿈을 이야기할 때, 우린 직업군을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의 직업으로 우리를 말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은 너무나 좁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말 다양한 일들이 많은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야 꿈을 이룬 것처럼, 또는 성공을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할 필요는 있다. 

  작가가 청소 일을 통해 생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자, 작가는 오랜 시간 꿈꾸어왔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독립 서적을 통해 책을 출간하게 되고, 강연을 다니며, 자신의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불변의 진리처럼, 작가도 책을 출간하게 되고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물론 청소 일도 여전히 하면서.

  작가가 청소 일을 꿈을 향한 도전의 중간 정도쯤으로 생각하지 않은 점이 나는 참 좋았다. 여전히 작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어내며, 청소 일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의 삶도 살아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참 많지만, 꿈이 직업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는 더 많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꿈을 찾는 사람, 또는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 그 모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이미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2. 꿈, 나는 어떤 꿈을 꾸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일기장에 쓴 시를 보고, 담임 선생님께서 빨간 볼펜으로 ‘글을 참 잘 쓰는구나’ 이렇게 적어주셨다. 그것이 계기였다. 그냥 국어가 좋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국어국문학과’라는 곳에 가고 싶었다. 대학도 잘 모르면서, 당연히 대학에 들어갈 거라 생각하고,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다 여긴 걸로 봐서, 나도 꿈이 직업과 관련되어 있다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 보니,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내 시는 겨우, 3 음보에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시인데, 대학교 친구들이 쓴 시는 어쩜 그리 어렵고, 도시의 느낌을 가득 품고 있으면서 뭔가 간질간질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서 한편으론 이해되는, 그런 시들이었다. 부러웠다. 그리고는 글 쓰는 일을 할 수 없겠구나 생각한.

  종종, 라디오에 사연에 보내, 바나나우유를 받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쿠폰을 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책 속 한 장면. 소제목은 ‘왈칵’ 딱, 세 장면의 만화. 왈칵 울음을 터트린 작가의 모습. 얼마나 그 시간이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마음. 생계를 위한 청소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순간의 시간.

 

  어느덧 내 나이 마흔다섯.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꿈이란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꿈’을 ‘하고 싶은 것’이라 정의 내린다고 할 때, 나는 이미 지금의 익숙함에 길들여져 뭔가를 계획하고 뭔가를 간절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사실 잘 들지 않았다.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이미 오래전이었지만, 브런치를 읽으면서도 사람들의 글에 감탄만 했었지,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늘 마음 저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책이 좋았고, 책 읽는 시간이 좋았고, 책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그 마음으로 이제, 아주 조금 브런치를 통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내 생각을 글로 적으면서, 나는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좋았고, 생각이 확장되는 느낌이 좋았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욕심이 생겼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이 책을 읽고 싶다’라고 생각한다면, 또는 같은 책을 읽은 누군가가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구나’ 그렇게 여겨준다면 좋겠다는 욕심.


3. 정리     


  이 책의 부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이다. 삶은 늘 나의 계획대로 나를 이끌어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결혼도, 야간학교 봉사활동도, 사람이 백 사람이면, 그 사람의 삶의 모습도 백 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본질은 같을 수 있으며, 같다고 생각하여도 다른 삶을 저마다 살아내고 있는 중일 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나와 같지 않다고 틀렸다 생각하지 않는 것.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그리하여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그게 삶의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지금 현재 일을 하고 있다면, 나는 그 일을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습니까? 그 일이 나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습니까?

2) 책 속 한 장면, 「왈칵(157쪽)」처럼 일을 하면서 왈칵 울음이 터졌던 순간이 있었습니까? 그 순간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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