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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Jan 30. 2023

책들의 시간 19_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_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_난다


  책을 읽어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어떤 책은 술술 넘어가지만_대개의 경우 나에게는 소설이 그러하다_이런 보고서는 읽는데 집중력과 독해에서의 어려움에 여러 번 다시 읽게 된다. 그래서 힘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 서적이었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님이 쓴 ‘개미와 말한다’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다. 그때 그 글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그 이후로 최재천 교수님이 쓴 책들을 찾아 읽었다.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보다가 이 책에 대하여 소개를 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어려워서 힘이 들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닌데, 쉬이 읽히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중의 하나는 침팬지와 보노보의 차이점. 그건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정유정의 책 중 ‘진이, 지니’가 생각이 났다. 그다지 관심이 없는 분야이니 침팬지나 보노보나 다 같은 침팬지인 줄 알았는데, 성향이 완전 다른 종류였음을 알게 된 것. 그건 좋았다. 정유정의 소설 속 ‘진이, 지니’의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보노보였기 때문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1.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보노보와 개의 경우처럼 관용적일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얻는 보상이 커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동시에 이 가설은 감정반응을 억제하고 관용을 베푼 뒤 돌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 어떤 종과도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바로 이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결합되어 사람 고유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123쪽)


  이 책은 여우의 실험을 통해 가축화된 종의 발달이 세대를 거듭날수록 더 오래 살아남는 점을 바탕으로 침팬지와 보노보의 생존 방식을 비교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사람들이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했을 것이라도 가정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의 가정 큰 장점 중의 하나는 다정함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다정함이 때로는 친절로, 때로는 순응으로 나타나곤 했다. 이 다정함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어린 시절, 나는 공부는 잘했지만 뚱뚱하고 못생겼다. 앗, 근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예뻤을 나이인데, 왜 그걸 몰랐을까? 그렇게 스스로 뚱뚱하고 못생겼다 생각했던 마음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다정함을 무기로 장착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나. 하지만 커 갈수록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으면서 다정함은 사회적 모습과 개인적 모습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다정함을 갖추고 있으면서 친절하되 좋아하는 것은 아닌. 다정한 순간과 좋아함에서 나오는 다정함이 구분이 되는. 그게 바람직하다고는 사실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친절하지만 벽이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도 하고 친절이 사랑으로 오해되기도 하였으며, 내 다정함을 진심으로 느끼지 않는다며 비난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정함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았고, 내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의 결합이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다정함의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2. 사람이라고 하기엔.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 준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펄럭이는 귀나 얼룩이 있는 털 같은 신체적 변화와는 달리 이 부산물은 실로 가공할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226쪽)


  이 책은 일련의 과정에 따라 세상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엔 동물과 관련된 생태학인 줄 알았다. 우리는 늘 동물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이 책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라 다정함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 사회의 모습에서 다정함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요소이긴 하지만,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한 비인간적인 행동을 자행하는 모습도 있음을, 그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임을. 다정함의 이면에 함께 존재하는 잔임함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도 하고 자신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기도 하며, 잔인하게 사람들을 배척시키기도 한다. 정말 사람이라고 하기엔 참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사실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 있나 그런 생각도 든다.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잔인해질 수 있는 사람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나 하는 생각. 그 잔인함의 강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 

  책을 읽으면서 분명, 어려웠지만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우생학을 접할 수 있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면 나오게 되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의 끝. 그럼 “그냥 사람을 더 다정해지게 번식시킬 수는 없습니까?” 그것이 우생학으로 연결되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1910년부터 1940년대에는 미국인들이게 우생학은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인데 말이다. 지금 우리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멀지 않은 미래엔 참 어이없고 부끄러운 행동이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모든 것들을 정당하다 확고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행동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워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 확실한 신념을 가지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건 기억해야 한다. 

          

3. 정리


교육으로 편협함을 없애는 일의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교육은 사회화라는 중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데 이상적인 공간이다. (260쪽)


  이 책에서는 교육을 통해 인종차별을 극복한 사례들이 나온다. 작가는 교육으로 편협함을 없애는 일의 효과에 대하여 제한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교육이 가지고 있는 큰 힘을 믿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많이 감동받았으며,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문학선생님은 이야기꾼이셨다. 아직도 20여 년 전 문학 수업 시간에 했었던 이청준의 소설 ‘병신과 머저리’에 대한 독서토론 수업의 모형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문학 선생님께서 딸이 태어나면 ‘벼리’로 지을 거라며 들려주신 벼리의 뜻, 그것이 좋아 지금도 나는 ‘벼리바라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종례 때 늘 하신 말씀 ‘주말은 책과 함께’를 담임일 때는 금요일 종례 때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교육은 사소함을 기억하게 하는 힘이고, 그 사소한 경험들이 쌓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라고 생각한다. 

  책이 조금 어려웠긴 했지만 이렇게 글로 쓰면서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것에는 완전 공감이 가며, 그 다정함이 지나쳐 사람은 충분히 자신과 같지 않다 판단하는 것들에 배척할 수 있으며 지나친 잔인함을 가질 수도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한 극복은 교육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우호적 접촉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야기 나눠보기]

1) 사람 자기 가축화 가설과 관련하여 스스로 더 다정해진 경험이 있다면 나눠봅시다. 또한 그런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2) 학교생활 가운데 기억에 남는 배움이 있다면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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