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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Nov 20. 2023

책들의 시간 60. 섬세한 체조

# 예민보스의 마음 재활훈련 섬세한 체조, 글, 그림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이 그려진 책들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발견하면 기쁜 마음으로 읽는 편이다. 보통은 그림이 있는 책이어도 이야기와 함께 있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다 바꿔버린 책이다. 제목을 보고 처음엔 이게 뭔가, 무슨 내용인가, 그렇게 생각했다. 전혀 이야기가 없는 책. 그러면서도 그림 하나하나에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책. 그래서 재미있고, 좋았고, 한참을 웃었고, 결국은 책을 샀다. 가지고 싶어서. 그림이 보여주는 장면 장면들이 참 좋아서. 

  그리고는 일주일 동안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었다. ‘게다가 뚜껑이 없어’와 ‘살짝 욕심이 생겼어’, 그리고 아직 다 못 읽은 책도 있다. 읽으면서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도 알게 되었으며, 작가의 마음도 살짝 들여다본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좋았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어떤 책을 발견하면,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되고, 그리고 궁금해지며, 그리고 나는 또 새로운 어떤 것에 대한 발견에 행복해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2024년도엔 나도 이렇게 작디작은 그림을 그리고, 한 줄 다이어리를 써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1.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들.      


  책의 머리말을 통해 작가는 이 책에 그린 그림들의 의미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알게 된 일과 불현듯 떠오른 일과 생각해 왔던 일과 실제 일어나 일과, 그리고 그랬으면 좋았을 걸 그렇게 느꼈던 어떤 순간의 그림과 ‘이건 별로다’ 그리 느낀 일들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그 그림들에 구구절절 해설을 붙이지 않았다. 물론 한 줄 작가의 마음이 표현된 부분들도 있지만 그냥 스케치만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그림이 작가에게는 어떤 순간의 그림이었으며,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그래서 이 책이 특별해졌다. 나는.    

  

  작가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서류의 귀퉁이에다가 작은 그림들을 그렸다. 우리가 꼭 수업시간 교과서에 낙서를 하듯이.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모아 자비로 책을 내었다. 그 이후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이 왔고, 그림책으로 상을 받으면서 지금껏 이렇게 그림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책의 제목은 ‘예민 보스의 마음 재활훈련, 섬세한 체조’이다.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한 동작 한 동작을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제목이 ‘섬세한 체조’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람의 어떤 마음의 어떤 순간들을 참 잘 그렸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상 스케치, 메모 같은 것들을 모아 인류애를 버무려 책을 만든 작가, 멋있다.      


  우리도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에선 마음에 드는 그림들이 참 많았다. 처음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그림은 등을 긁어주기를 원하는 남자의 그림이었다. 어떤 순간이 떠오른 그림, 그래서 한참 책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손톱이 그려진 그림. 닮은 것들이 많은 사람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곁에 있어도 그리워지는 마법 같은 마음이 들었으며, 오래된 사랑이란 닮음이구나, 이런 생각.   

   

  그리고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그림들도 있었다. 사실 스스로 그렇게 마음먹은 적은 없지만 ‘언제나 즐거워 보이는 사람 싫어’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의 슬픔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순간 너무 즐거워하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도 솔직히 들었다. 나의 기쁨이 타인에게는 슬픔이 될 수도 있는 일임을, 또는 나의 슬픔이 타인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는 일임을 기억해야겠다. 어떤 순간에서라도 적절한 마음의 중심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또 하나의 그림, ‘내 우월감을 위해서라도 같이 있자’ 그런 구절이 적혀있는 그림. 이건 슬픈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중엔, ‘그래 나로 인해 우월감을 느낀다면 그렇게 느껴’라고 지레 스스로를 포기했던 순간들에 대하여도 생각이 났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들을 잘 지내왔고 지금의 나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일상은 순간순간의 장면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어떤 장면들은 아주 오래 각인되어 기억을 형성하고 있고, 때로는 추억으로 남겨두기엔 크고 무거워, 결국은 이렇게 글을 통해, 말을 통해, 그림을 통해 표현할 수밖에 없음을 나는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받아들였다. 

     

2. 정리. 


  책을 읽다가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은 오랜만이었다.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소설은 꼭 나 같아서, 내 일기 같아서 갖고 싶기도 하고, 어떤 책은 작가가 너무 좋아서 갖고 싶어 진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면서, 좁은 집에 책이 많아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아 책을 사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오랜만에 책을 사고 싶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작은 그림들이 나의 추억을 소환하고,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들었으며, 나도 그렇게 작은 그림들에 한 줄 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 준 참 감사한 책이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책 속 그림 가운데 추억이 떠오른 그림들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그림이며, 어떤 추억이 떠올랐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지금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그림들이 그려질 것 같은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현재 자신의 일상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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