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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Nov 27. 2023

책들의 시간 61. 마음의 지혜

# 마음의 지혜_김경일 지음_포레스트북스

  바쁜 한 주였다. 책을 읽어내는 것이 버거울 만큼. 하지만 그런 시기에도 읽어낸 책이 바로 김경일 교수님의 ‘마음의 지혜’라는 책이다. 참 잘했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은 마음. 책의 부제가 ‘내 삶의 기준이 되는 8가지 심리학’이었다. 기준을 잡는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바쁠 때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라든가, 아침에 걷는 시간이라든가, 밥을 해 먹는다든가, 그런 일상적인 것을 포기하고 일에 얽매이게 되는 때가 있다. 너무 바쁠 땐. 그런데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아,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초과근무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오래 하고 싶진 않아서 정확하게 2시간을 넘기지 않았고, 집까지 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배달 음식의 유혹이 강하긴 했지만, 그냥 밥에 집에 있는 반찬들을 먹는 것으로 일상을 지켜냈다. 배달 음식을 먹지 않은 건, 먹고 난 다음의 플라스틱 용기가 넘쳐나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출근하고 걷는 아침 시간이었다. 정해진 출근 시간은 8시 50분까지이지만 나는 늘 7시 10분쯤이면 출근했고, 8시까지는 꼭 걸었다. 학교 운동장을, 학교 복도를, 때로는 학교 근처 공원을. 

  그 시간을 걷지 않으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많이 주어지며, 일을 좀 더 빨리 끝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일 때문에 내 삶의 중심이 무너지는 것이 싫었다. 나에게 있어 내 삶의 기준이 되는 것을 무엇이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일’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그런 시기에 만난 책이 ‘마음의 지혜’이다. 워낙 ‘세바시’를 비롯하여 다양한 방송을 통해 김경일 교수님의 강의를 접했던 터라 책을 읽으면서 마치 강연을 듣는 것 같았다. 그래서 쉽고 수월하게 이해되는. 무엇보다 잘 읽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심리학에도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인지심리학’은 어렵다고 들었다. 이 책은 어려운 인지심리학의 어떤 부분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 가운데 느낄 수 있는 심리의 어떤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지혜, 행복을 만끽하는 지혜, 일을 해 나가는 지혜, 사랑을 지키는 지혜, 돈에서 자유로울 지혜, 성공을 꿈꾸는 지혜,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 그래도 미래'라는 작은 제목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몇 가지 주제는 흥미로워 걸을 때 생각하는 주제가 되어주기도 했다.      


1.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삶


  최근 저는 나만의 '경제적 자유'에 대하여 정의를 세워보았습니다. 바로 '주차요금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에요. 이제 어느 정도 나이도 먹고 일한 세월도 꽤 되어 예전처럼 궁핍하지 않습니다만 주차 요금을 내는 순간만큼은 왜 이리 손이 떨리는지요. 저렴하거나 무료인 주차공간을 찾아 먼 거리를 돌아가기도 하고 아예 그 목적지를 외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언젠가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의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다면 무시무시한 주차비 앞에서도 대범해지겠지요? 그날이 바로 저에게 경제적 자유가 주어지는 순간일 겁니다. (206쪽)


  과연 돈에서 자유로울 지혜는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는 했다. 사람들에게 돈을 버는 목적을 물어본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나에게 돈을 버는 목적을 물어본다면, 흔히들 이야기하는 '행복'을 이야기할 것 같다. 그러면 또 의문이 생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이 책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에 대한 설명과 인간이 돈을 만든 이유에 대하여.     

  

  생계형 직업인이므로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일을 해야만 생활비를 벌 수 있고, 물질적 필요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일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보상이 그런 생활비만은 아니다. 나에게 있어. 직업은 나를 좀 더 나다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며, 균형이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돈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나는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경제적 자유‘를 확립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경험이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서 살았다. 늘 생활비는 모자랐으며, 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개념과 한 달 벌이로 한 달을 살아내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어린 이십 대였던 나는 신용카드를 참 잘 썼고, 결국 그것을 갚을 능력이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엄마가 그 일을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는 사십 대가 된 지금까지 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신용불량의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었던 엄마의 한 마디, “공짜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그 말을 늘 기억하면서, 지금껏 체크카드로만 살고 있다. 작가의 말을 인용하여 스스로가 인정할 정도의 경제적인 성공을 뜻하는 '경제적 자유'를 아직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돈이 주는 가치를 활용하여, 나만의 행복을 찾아서 살고 있기는 하다. 주말이면 딸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방학 땐 평소 먹지 못하던 점심 특선을 먹으려고 대기를 타기도 한다. 또 몇 달 전부터 여행지를 검색하고 다달이 돈을 모아 숙소며, 항공편이며 하나씩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듯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아침에 눈을 뜨면, '모니모'를 열어 출석 체크를 하고, 챌린지에 참여하여 포인트를 모은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삶이 작가에게 '주차요금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이라면 나에게는 무엇일까? 찾아봐야겠다.      


2. 나만의 난중일기 만들기


  우리 뇌는 생각보다 민감하게 어떤 상황과 전혀 상관이 없는 행위를 연결시키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비 오는 날 저녁에는 파전과 동동주가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혹자는 빗방울이 땅 위로 떨어지는 소리와 팬 위에서 부침개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라며 제법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말하곤 합니다. 이렇게 억지로 과학의 옷을 입히고 싶을 만큼 우리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부킹 해피니스를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78쪽)


  '부킹 프라이스(booking price)’는 인지심리학자나 행동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학술 용어는 아니라고 한다. 학자들에게 통하는 일종의 은어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해한 의미는 행복을 느끼는 어떤 순간들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 작은 행복의 경험을 성실하게 기록하여 감당하기 힘든 삶을 이겨낸 그 기록을 우리에게 들려주며, ‘꾸역꾸역’ 해 내는 일상의 필요함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좋았다. ‘난중일기’의 기록이 거대한 어떤 포부가 아니라, ‘날씨가 좋았다, 경치가 예뻤다, 저녁에 뭘 먹었다.’와 같은 이야기들인 것이. 현재 삼 년째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그날 저녁에 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출근준비를 하고 나면 꼭 감사일기를 세 개씩 기록한다. 그래서 늘 비슷하다. 잘 자고 일어남을 감사하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에서의 휴식을 감사하고,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계획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 어느새 그 기록이 삼 년이 되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어떤 순간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힘들고 지칠 때 떠오르는 누군가의 모습에 다시 힘을 내기도 하며, 소설의 한 구절에 오랜 시간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들이 나의 ‘부킹 프라이스’가 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다면 그 ‘부킹 프라이스’의 기록들이 많아질수록 행복을 느끼는 빈도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3. 정리. 

  정말 바빴다. 다행히 아프지는 않았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선과 경계를 찾아가면서 일을 했다. 아침에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여, 걷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초콜릿과 과자와 당분을 많이 섭취하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반성도 했다. 무엇보다 주말이면 늘 아이들을 가르칠 수업 준비를 하고, 딸과 맛있는 음식을 찾아 외식을 하고, 브런치 글을 작성한다.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 도서관에서 새로 나온 신간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때로는 만보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럴 때, 생각을 고쳐먹기도 한다. 만보가 아니면 어떤가, 오늘도 햇빛을 보며 걸었음이 중요하지, 이런 마음으로. 

  내 삶의 기준이 되는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발견의 기준을 조금 낮추어서 생각해 본다면 또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작성하는 브런치가 나에게는 ‘난중일기’라고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해 보는 하루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스스로 꿈꾸는 ‘경제적 자유’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자신만의 ‘부킹 프라이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어떤 일인지, 순간인지, 또는 음식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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