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개인의 시대_송길영 지음, 교보문고
이번 독서 모임의 책이다.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 처음엔 읽기를 머뭇머뭇했다. 온통 ‘미래’가 키워드인 세상에서 나는 늘 허둥대고 잘 적응하지 못하며, 때때로 퇴보하는 느낌마저 드는데, 이 책의 키워드, 시대를 예보하여, 이제는 핵개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 말하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주저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들고 보니, 잘 읽혔다. 재미있게, 그리고 뭔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하였으며, 나름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발견하여 적용하며 사는 미래를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1. 근근이 먹고사는 삶.
저는 오랫동안 전문성과 인정이 만들어지는 ‘작동 원리’를 분해하고자 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권위의 출발점을 탐색해 보고 싶었습니다. 왜 우리는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지, 그 인정은 타당한지, 혹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이 단지 순번이 앞에 있었다는 이유로 잘못된 권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권위가 전문성과 쌓아온 과정에 대한 보상이라면 핵개인의 시대에 권위 획득의 주체는 점점 더 조직이 아닌 개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90쪽)
세계의 누구도 하지 않은 고민을 계속하면 적어도 그 누구보다 앞에 선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맨 앞에 있다면, 먼저 최대한 많이 고민해 본 것이라면, 그때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오는 것은 산의 정상에 오른 뒤에야 산의 높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목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인정의 정점에는 나 자신으로부터의 인정이 있습니다. (297쪽)
책의 후반부에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큰 소득은 되지 않을지라도 느슨한 자주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작지만 꾸준하게 먹고사는 삶,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처음 브런치를 접했던 때도 떠올랐다. 자려고 누워서 핸드폰을 보다, 브런치를 읽게 되었고, 어쩜 이리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 생각하면서 감동했었다. 브런치의 대부분이 에세이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에 공감과 위로와 때로는 아픔과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휩싸였다. 하지만 마음을 먹고 도전해 보기까지는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게으름도 한몫했으며, 내가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의구심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독서감상문을 브런치에 올리게 되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에 삶의 동기나 성실함이 커졌다.
브런치의 구조가 바뀌면서, 출판만이 아닌 응원을 통한 수익구조가 발생하게 되고, 서로가 품앗이하듯 소비해 주는 온라인 동네 장터가 생겼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선구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 나에게는 그런 마음이 많이 부족하다. 책을 읽으면서 창의성의 발현이 아니라, 누구도 하지 않은 고민을 계속해야 하는 것의 이유를 찾은 기분이었다.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인정의 정점은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근근이 살아간다 할지라도 그것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리 살아도 좋다.
2. 오리너구리, 다양성의 인정.
개개인의 특성이 다양화되고 모두가 오롯한 자신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는 지금의 시대입니다. 오리너구리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하는 다양성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55쪽)
그렇다면 다양성보다 선행해야 할 것이 형평성입니다. 형평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안전함을 느껴야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줘야 또 다음 이야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형평성이 먼저, 포용성이 그다음, 마지막이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은 형평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맺은 열매입니다. (61쪽)
오리너구리. 실제로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포켓몬스터의 ‘고라파덕’이 오리너구리라는 사실을 알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고라파덕이 좋았다. 사실, 오리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나중에 오리너구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규정되어 있는 어떤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존재, 이 책에서는 개개인의 특성이 다양화되고 오롯한 자신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는 세대를 핵개인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권위가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 변해가는 사회,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형평성이라는 것. 형평성은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균형이 보장된 사회에서 안전함을 느낄 때 구성원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개인을 포용하는 사회여야만 다양성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범위가 나의 지식과 상식의 수준이어서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은 특히나 규범 속에 자신의 다양성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조직이라는 것도 잘 안다. 책을 읽으면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요즘 들어서는 나의 관심이 최선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내가 생각하는 지식의 한계에 대하여도 계속 고민하게 된다. 여전히 무엇이 답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다양성을 인정하기 위해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공감이 된다. 책을 통해 조금 나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낀다.
3. 정리.
물질이 주는 안정과 여유가 많음을 잘 안다. 요즘 젊은이들은 돈을 소비하는 것에 거침이 없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앱을 통해 1원, 2원 모으기를 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소비에 아낌이 없는 젊은이들의 세태에 대하여 비판하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지극히 다양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조직의 붕괴와 개인주의를 걱정하는 어른들과 그에 반해 아무렇지 않게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 그 모두를 만날 때도 있다. 지금의 시대는 사회성을 강조하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판하던 시대에서 개인의 창의성을 강조하던 사회로 넘어가, 이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역량을 존중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만 성실하기만 한 내가 이 시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하였다. 나는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답을 잘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실패한 인생이 아님을 잘 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시대예보를 보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머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괜찮다.
결국, 나만의 가치관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는 나도 핵개인이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자신의 시대를 예보해 봅시다. 앞으로의 시대에 자신의 삶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오리너구리, 다양성의 인정과 관련하여 자신의 주변 사람 중 다양성을 지닌 사람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