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헬의 꿈 다리기)
별(星) 볼 일 없어져버린 꿈(夢)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초원에서 온몸으로 별을 맞는 꿈. 그런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온 몸은 행복한 울렁임으로 그득하다. 아마 별을 보고 맞는 순간 초원에서 별의 수만큼 소리 내며 꺼이꺼이 소리내어 눈물을 흘릴지도.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감동은 온몸의 미세한 말초신경까지 신선한 울렁거림으로 다가올 테니까.
계획보다 훨씬 길어진 모국살이는 회의와 자책감으로 출구가 불분명한 터널 속에 갇힌 듯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청량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내몽골여행 방송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이 터널의 출구인 듯 한치의 망설임 없이 예약한다. 쏟아지는 별 밭은 꿈 다리기에 안성맞춤이어서 기필코 가야만 했으니까.
몽골의 드넓은 초원의 유리로 된 호텔에서 별을 맞을 수 있다니. 그 곳은 신세계였다. 쇼 호스트는 사방은 물론 천장까지도 유리로 되어 있는 유리호텔에서 밤새 쏟아지는 별을 온몸으로 맞고 느낄 수 있음을 누누이 설명했다. 또한 현대식으로 된 게르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최신식시설이라며 나를 유혹한다.
몽골족의 전통혼례예식 체험, 사막의 지프차와 낙타타기도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양고기 바베큐를 겸한 환영파티와 캠프파이어는 기대이상의 프로그램이 아닌가. 아닌게아니라 TV 화면을 가득채운 여러 모습의 내몽골은 터널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로 내게 다가왔으니까. 하지만 압도적인 울렁임으로 나를 유혹한 것은 까만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사막의 밤이었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별무리가 우주 전체를 덮으면서 내개로만 쏟아질 것 같았으니까.
또한 항공기도 국적기인 A항공사이며 김포 출발인 것도 내 마음에 꼭 들었다. 해외여행 시 늘 이용하는 인천공항버스는 가고 올 때 마다 여행의 피로를 더했다. 특히 돌아올 때의 지루함과 피곤함은 더 이상 해외여행은 거부한다고 여러 번 자신에게 각인시키기도 했으니까,
몽골 별보기의 절정인 팔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예약을 했다. 일인비용은 여행비용의 거의 반을 지불해야 했지만 늘 해왔던 터라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몽골여행까지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하는 지루함은, 일본의 ‘사가 도자기마을’ 자유여행으로 날려 보낸다. 올 여름여행과 일정은 완전하다며 뿌듯한 날들을 보내고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꿈을 다리며, 꿈을 지으며.
교회 창립일, 문인들과의 여주기행, 그리고 사가여행. 그렇게 칠월을 꿈꾸듯 보내고 나면 많은 에피소드의 발생으로 그저 즐기면서 쓰기만 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팔월이오면 드디어 별을 맞으러 배낭을 메고 몽골로 향 할 테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냐며 자책감을 억누르고 입을 귀에 건다.
교회창립행사 친교를 맡으신 권사님의 갑작스런 사고로 행사를 얼떨결에 맡게 되었다. 지난해부터 친교봉사를 그분과 함께 조금씩 해왔기에. 하지만 행사를 맡는 일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터라 부담스러웠다. 작은 교회의 행사는 나에겐 그리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등록교인이 아닌 내가 보수적인 교회에서 행사를 맡아하는 것은 당연한 부담일 수밖에. 하여튼 사모님과 함께 준비를 하며 전에 없던 여러 음식으로 교인들과 손님들을 대접하였다. 준비를 하면서 기쁘고 행복한 마음은 감사로 이어졌다. 이렇게도 나를 쓰시는구나하며 마무리까지 정성껏 했다.
그런데 사단이 났다. 행사 후 많은 칭찬과 인사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발을 헛디뎠다. 순간 내 몸은 하늘로 솟으며 오른손바닥이 시멘트바닥을 내려친다, 아마 내 몸을 지키려는 무의식의 행동이었으리라. 정신을 차리고 나니 손바닥의 통증이 대단했다. 교인들의 도움으로 손바닥에 얼음을 데고 스카프로 팔을 고정시키며 통증을 달랬다. 일요일 오후의 사고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별도리가 전무하다. 다음날 아침 정형외과에서 X-Ray촬영 후 기브스를 한 뒤에 집으로 왔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 피곤이 몰려왔다. 한잠 자고 일어나려는데 목을 움직일 수 없다. 가까스로 일어나니 목의 통증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앉지도 눕지도 못한 상태로 꼬박 서서 밤을 보내고 대학병원으로 가니 급 발성 목 디스크란다. 바닥에 팔이 아니라 머리를 박았더라면 어쩔 뻔 했냐며 담당의는 혀를 찬다. 넘어지면서 큰 충격이 목에 영향을 줬단다. 신경차단시술 후 거울을 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목에도 손에도 기브스를 한 모습이. 더욱 서러운 것은 연락할 곳이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었다.
여주기행 불참의 이유도 알리고 여행사에 의사 소견서를 보내 예약을 취소했다. 일본 여행은 위약금을 내야했고 몽골은 환불처리가 가능했다. 삼십 여일이 지난 오늘.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몽골의 별보기를 꿈꾸며 행복했던 날들을 뒤돌아본다. 오늘도 아쉬운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나는 꿈을 다리던 몽골상품을 여기저기 들춰본다. 별(星) 볼일 없어진 꿈(夢)을 또 다시 꿈꾸면서.(250810)
*꿈 다리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과정을 의미한다.(구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