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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3. 2022

남편과 부인은 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걸까.

남자와 여자. 특히나 결혼을 한 남편과 부인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나만 그럴 수도 있으니 애매모호한 표현을 해봤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매체 속 화목한 가정의 모습은 제외하련다.

나 역시 거기에 속아 결혼을 하면 다 저런 동화 속의 화목한 가정을 이룰 줄 알았다.

더구나 내가 본 주변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다정하고 아이들도 잘 보는 것 같았다.

왜. 와이.온니. 우리 집에 있는 남자사람은 아닌걸까.


처음에는 괴로웠다.

홍시의 달콤함을 느꼈던 신혼을 거쳐 육아의 전투에 참전하게 되면서부터 우리는 많이 틀어졌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점점 일에 몰두하더니  가정에 대한 마음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 처럼 보였다.

나는 독박육아를 하며 몇년을 보냈고, 첫 아이는 2년정도 혼자 양육했는데 할 만 했다.

그 이후 또 다른 아이가 생기자 내 안에서 엄청난 똘기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악을 써댔다. 똑같은 래퍼토리, 나 혼자 애낳았냐 시리즈 말이다.

남편은 본인이 육아참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고 판단했는지 부모님께 sos요청을 했다.

나는 그 이후로 휴직을 끝내고 일을 시작했다.


자, 그 이후의 나는 편했졌을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우리 가족의 다양한 입장차가 있겠지만, 내 입장은 이랬다.

나는 일도 하고, 쉬는 시간도 없이 집에 일찍와서 바로 육아를 시작했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쉬는 것도 편치않았다.  심신이 지쳤고, 그 화살을 남편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물었다. " 요즘 많이 바빠?"

남편 왈 "너무 바쁘네, 일도 많고.."                                                       으잉?

나의 말 속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요즘 많이 바빠"? ->  "안바쁘면 육아참여 좀 해~"

내가 또 말했다. " 나 요즘 너무 피곤해. 힘들어"

 남편 왈 "나도 요즘에 너무 피곤하다.. 왜이렇게 안아픈데가 없지."           으잉???

나의 말 속에는 또 숨은 뜻이 있었다. " 나 힘들어." ->  "그래, 당신 너무 힘들겠다. 고생한다."


뚜뚜뚜뚜. 여기서 우리의 대화가 끊긴다. 소통이 안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숨은 뜻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며 남자 중에 여자언어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같이 사는 입장으로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봐온 사람이니 내 상황과 마음을 좀 알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또르르르.  아니였다.


커뮤니케이션에는 여러가지 측면이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언어의 형태이지만 그 너머에는 여러가지 의미(실질차원, 호소차원, 관계 차원, 고백차원)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 지금 너무 화나."  

                   -> 진짜 화가 나는구나.   (실질차원)

                   -> 나를 좀 위로해줘.     (호소차원)

                   -> 우리 사이에 무슨 문제있나?(관계차원)

                   ->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안좋아.(고백차원)


이 네가지 중 하나의 의미로 통신시도를 했는데, 상대방에서는 다른 의미의 채널로  받아들이면 소통은 끝.

나 역시 이것을 알면서도  괜시리 나혼자 서운해 하고, 나혼자 삐지고, 나혼자 씩씩댔다.

그러다 정말 화산폭발하듯 쌓였던 마음이 분출되면 날카로운 말로 남편을 향해 갈겨대기 시작했다.

남편은 어리둥절했다.

소통이 안되다 보니 서로 느끼는 감정의 상태와 감정의 깊이가 달랐던 것이다.


남편은 오히려 나의 일방적인 분풀이에 지친다고 하였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정확하게 말(욱하는 행동, 큰소리,찌릿하는 표정, 침묵 말고)로 알려달라고

했다.

으잉? 내가 그동안 그렇게 표현했는데.... 모.른.다.고.? 내가 그동안 했던 말은 다 방구였니....?

맞다. 나는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에게 정확하게 전달이 안됐던 것이다.

나는 아리송한 말을 하고, 당신이 숨은 뜻을 잘 캐치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해봐 뾰로롱!~~~~

이랬다.


분명하게 하고 싶은 말만 딱. 해야하는구나. 소통이라는게 이리 쉬었던 것인가?

나는 이때다 하고 나의 요구사항을 술술술술  쏟아냈다.

" 나 주말에 하루는 쉬고 싶으니 얘들하고 하루는 놀아줘." 등등등등등등등등. 명확히 이야기 했다.

오호. 소통이 이리 쉽군, 오호호호호호호 허허허허허허

.

.

.


어, 이상하다. 왜 난 지금 또 남편에게 기분이 상해있지..?    으잉??

그 이후로 전보다 나아지긴 했는데 쩜쩜쩜.

그런데 쩜쩜쩜. 부부 관계는 소통이외에 또 넘어야 할 산이 많은것 같다. 촤하하하.

다음에 또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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